권두수상
백유경(百喩經)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옛날 한 바라문이 큰 잔치를 배풀려고 그 제자에게 잔치를 쓸 질그릇을 만들 옹기장이를 데려오라고 했다. 제자는 옹기장이를 찾아 집을 나섰는데 도중에 질그릇을 나귀등에 싣고 팔러가는 사람을 만났다. 그 때 나귀가 요동치는 바람에 질그릇이 떨어져 모두 께져버렸다. 그러자 나귀 주인은 울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이를 지켜보던 제자는 그에게 왜 그렇게 슬퍼하냐고 물었다. “오랜 고생 끝에 그릇을 만들어 장에 내다 팔려고 가는 길인데 이 놈의 나귀 때문에 모두 깨어졌으니 어찌하느냐?”고 옹기장이는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제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나귀야말로 참으로 훌륭합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든 그릇을 잠깐 사이에 모두 깨뜨려버리니 그 솜씨가 얼마나 대단합니까, 이 나귀를 제게 파십시오.”
옹기장이는 기뻐하며 나귀를 팔았고 제자는 나귀를 이끌고 돌아왔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리석은 바라문의 제자가 딱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이 제자는 오랜 세월의 노력을 기울여 옹기를 만든 옹기장이는 보지 못하고 그토록 오랜 노력 끝에 겨우 만들어 놓은 옹기를 단번에 깨뜨려버리는 나귀의 재주만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월간불광 과월호는 로그인 후 전체(2021년 이후 특집기사 제외)열람 하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불광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