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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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초리
  • 관리자
  • 승인 2007.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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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가까이 모시는 스님이 있다. 그분은 내 마음 속의 스승이다. 그분 스스로 스님은 내 제자요, 하신일이 없고 나 또한 스님께서는 내 스승입니다, 한일이 없지만, 주위에서 조차 그분하면 나, 나하면 그분이라는 방식으로 스승과 제자 사이로 친다. 오랜 시간이 쌓여 그 일은 그렇게 되었다. 때로는 서로 밀고 땡기는 식의 갈등도 있고 그런 일들이 시간의 퇴적층을 이루어 멀고도 가까운 사이가 된 일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서로간의 믿음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린 일은 한번도 없었다.

그분의 생활방식은 늘 자로 잰듯이 정확했다. 감정이나 이성의 차이가 밝고 명랑한 가운데 언제나 명확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본다. 그분에게는 항상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고,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당장에 해치우는 단호함이 있었다. 나는 일찍부터 자동차를 손에 넣었지만, 그분은 성질대로 자동차 몰고 다니는 중들을 싫어했고 경멸했다. 수도자가 좀 한적하게 살아야지 뭐가 바빠서 이길 저길을 휙휙 날아다니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분이 미국을 몇 달 다녀오시고는 눈에 띄게 달라지셨다. 자동차를 구하시고 손수 운전을 하시고 신발도 편한 것이면 모양에 관계없이 신으시고 젊은 축들이 더러 약속을 어겨도 즉각 반응이 좀 더뎌지셨다. 변화라면 분명 변화였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사람은 누구나 으뜸가는 것을 으뜸가는 것으로 알고,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분에게도 순간순간 닥쳐드는 삶을 자기 나름대로 신선하고 새롭게 창조해야겠다는 고뇌의 사색이 있었고 그것이 여행을 통해 스스로 체득되고 행동하던 것에 불과했다.

믿음을 지닌 사람에게는 얽매이지 않는 자유의 혼이 있다. 왜냐하면 믿음은 다름 아니라 자기자신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비판하고 그리고 종합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믿음은 우리를 그렇게 사고하게 하고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행동하게 한다. 인간은 스스로를 철두철미 믿을 때 상상하기 힘든 아름다운 세계를 만나기 때문이다.

믿음은 몹시 자유분방함이 있다. 무엇에 얽매어 있다면 벌써 그것은 참 믿음이 아니다. 예수나 석가가 믿음의 원천은 아니다. 물론 그 분들은 훌륭한 스승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결국 믿음 자체는 아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참 믿음에 다가서지 못한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다. 스스로의 법에 의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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