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간절한 화두, 하심(下心)을 실천하는 동명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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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간절한 화두, 하심(下心)을 실천하는 동명 스님
  • 관리자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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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님/ 서울 성북동 전등사 동명 스님

하심은 근본을 움직일 수 있는 힘

헉! 당혹스럽다. 동명(東明) 스님과의 첫 대면이 그랬다. 예를 올리려 좌정하시라는 말을 건네기 무섭게 스님께서 먼저 절을 한다. 나는 함정에 빠진 짐승처럼 화들짝 놀라며 절을 올렸다. 가까스로 맞절의 구색이 갖추어졌다. 자연스레 대담의 중심에 하심(下心)이 놓였다.

은사이신 해안(海眼) 큰스님께서 축성여석(築城餘石)에 당신을 비유하며 후학들의 공부를 독려했다. ‘성을 쌓자면 쓸모없는 놈 없이 다 필요한데 막상 다 쌓고 나서 남은 돌이 되었다’라는 심오한 화두다. 70평생 수행의 역정을 ‘성을 쌓고 남은 돌’에 비유한 가르침은 하심의 극치가 아닌가.

“하심이란 무엇입니까?”

생뚱맞고 어리석은 질문이다. 그러나 삶의 걸음마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각오에서 그런 질문을 먼저 던진다. 과공비례(過恭非禮)의 단계는 물론 유치한 아부의 경계를 뛰어 넘는 곳에 하심이 있을 것이다. “금강경에 이르기를, 내가 아는 상을 버려라, 쓸데없는 몸뚱아리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쉬운 것을 어렵게 꼬아서 생각할 필요가 무에 있습니까. 꾸미지 않고, 내세우려 하지 않고, 나보다 남을 염려하는 마음이 아니겠습니까. 부처님의 가르침을 단 한 단어로 압축한 것이 자비입니다. 자비야말로 최고 경지의 하심이지요.”

그래도 멍하다. 쉬운 것을 어렵게 비틀어 그럴듯한 형상으로 꾸며내야 성이 차는 아상이 이미 깊다. 거추장스런 껍질, 자랑스럽지 못한 딱지를 한 겹 한 겹 벗겨내는 것이 수행일진대 치장과 미화에 골몰하는 세상의 삶법에 물들어 있다.

“한 번은 취객이 은사스님을 찾아와 제자를 삼아달라며 행패를 부린 적이 있었습니다. 모두 당황하여 어찌할 바 몰라 얼굴만 붉으락푸르락 하는데, 은사스님은 조용히 그의 앞에 가서 정중하게 엎드려 절을 하는 게 아닙니까. 소동은 그것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취객은 머리를 긁적이며 내빼고 맙디다. 모든 대상에게 진지하게 대하는 것, 이것이 하심이요, 근본을 움직일 수 있는 힘입니다. 화를 참는 것, 화를 예로 다스리는 힘, 이것이 하심입니다. 하심은 결코 아부나 나약함이 아닙니다. 만해 스님께서 백담사에 계실 때, 그 지역 군수가 오면 방안에서 꿈쩍 않고 그를 맞았지만 마을 이장이 오면 일주문 밖까지 나가 맞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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