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동창생 세 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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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동창생 세 도반
  • 관리자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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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도반

졸업식이 시작되기 직전, 고2 때 단짝이었던 선애가 교실로 나를 찾아와 문득 “나, 출가할 거야.” 했다.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내게 그는 “금하하고 같이 가.” 하고 덧붙였다. “그런데 왜 나한테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내 목소리에는 섭섭함과 야속함이 배어 있었다.

선애와 금하, 그리고 나, 우리 셋은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3학년 때 나와 반이 갈린 후 선애는 금하와 더 친하게 지내던 터였다. 우리가 다니던 나아란다 불교학생회는 1970년대 당시 부산 시내에 있는 불교(중·고등)학생회 세 곳 가운데 하나였다.

졸업식이 있던 다음날 두 친구는 집을 떠났고, 우연히 만난 비구니스님의 상좌가 되어 내가 출가한 것은 3개월 후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3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50대의 중년비구니가 되어, 한 사람은 선방의 도감(都監)으로서 한 사람은 도시 절의 주지로서, 그리고 또 한 사람은 강원의 강사로서, 각자 자기 길을 가고 있다.

내가 운문사 강원에 들어갔을 때 성호 스님은 이미 운문사를 떠난 후였다. 그는 대혜 스님의 서장(書狀)을 배우면서 참선수행에 대한 열망을 이기지 못해 곧바로 선방으로 직행했던 것이다.

내가 강원과 동국대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 중에 운문사를 방문했을 때, 정환 스님은 강원 졸업반이었다. 그는 행자생활을 하던 중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집으로 돌아갔다가 대학 졸업 후 다시 출가했다. 그는 미얀마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하는 등 한동안 자기 수행에 힘쓰다가 주지를 맡았다.

일본과 미국에서 10여 년간 외국생활을 하고 귀국했을 때, 나는 산중생활, 대중생활이 무엇보다 그리웠고, 참선수행에 대한 목마름으로 가득했다. 이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충족시키기 위해 나는 선방에 가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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