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잊은 불교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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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잊은 불교공부
  • 관리자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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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행자의 세상 사는 이야기 /아름다운 황혼

세월이 날아가는 화살과 같다고 하더니 틀린 말이 아니다. 내가 언제 여든넷이 되었는지, 동창생들이 하나둘씩 이승을 하직하는 것을 보면서 비로소 나이를 실감한다. 눈이며 귀며 거동이 온전한 친구가 거의 없다. 내일이 동창 모임인데 또 한 친구가 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치매증세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그나마 나는 아직도 보고, 듣고, 거동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매일 새벽 불교방송을 들으며 부처님 전에 예불을 올리며, 서교동에서 잠실까지 대중교통(전철)을 이용해 불광사 일요법회에 동참하고, 지장재일에 빠지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설령 한 쪽 귀로 들은 것을 한 쪽 귀로 흘려보내고, 책 한 쪽을 읽고 다음 장을 넘겼을 때 앞 장의 내용을 잊어버릴지라도 불교공부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불광불교대학에도 다녔다. 내용이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많지만 불교책을 읽기 시작하면 너무 좋아 잠도 오지 않는다. 아직은 눈이 밝아 깨알같이 작은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것에도 감사한다. 그리고 올 3월부터 시작하는 불교대학원에도 등록해서 다니려고 한다. 혹 나이가 많아 안 된다고 한다면 청강생으로라도 넣어달라고 할 참이다.

지난 해 10월부터 석 달 동안 월간 「불광」에서 창간 3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목요강좌 ‘생활 속의 불교수행법’ 역시 훌륭한 도반 일지행(76세) 보살 덕분에 함께 공부를 했다. 그 보살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젊은 그 누구도 따를 수 없을 것이다. 집이 안양인데도 한 번도 지각 결석을 한 적이 없다. 어찌 그리 신심이 돈독하고 부지런할까 하고 탄복할 때가 많다. 젊은 분들의 배려 덕분에 강의실 맨 앞자리는 주로 우리들 차지다. 훌륭하신 강사분들을 통해 부처님 말씀을 듣다보면 나이도 까맣게 잊곤 한다. 이 좋은 말씀들을 좀더 일찍 들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부처님 말씀을 배웠다면 이 사회가 이렇게 욕심의 소굴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하며 함께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되돌아보면 나와 불교와의 인연은 끊을래야 끊을 수가 없다. 4대 독자였던 아버지가 손이 없자 할머니가 치악산 구룡사에서 기도를 하신 후 나와 남동생 셋을 보셨고, 스무 살 나이에 고성으로 시집간 나는 군수였던 시아버님 덕분에 금강산 신계사에서 신식으로 결혼식(1942년)을 했다. 그런데 마침 대웅전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이 있어 6·25전쟁 때 완전히 소실되어 탑만 남았던 절터를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자료가 되어 복원불사에 한 몫을 하기도 했다. 덕분에 1999년 KBS에도 소개되고, KBS와 함께 신계사 터에 가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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