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사는 남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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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사는 남매 이야기
  • 관리자
  • 승인 200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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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서민 가계가 도탄 위기에 놓였다. 생활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전기마저 쓰지 못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2003년 9월 말까지 전기요금 체납 건수가 1,205만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60.9% 늘어났다. 3개월 이상 전기료를 내지 못해 전기가 아예 끊긴 경우도 48만여 건으로 31.7%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전화요금을 연체해 이동전화와 유선전화가 끊긴 경우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얼마 전 경기도 이천의 중학교 3학년생 송 군이 전기와 가스가 끊긴 상태에서 숨진 어머니의 시신과 6개월 동안 동거한 사실이 알려져 세간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부동산을 비롯해 아파트 가격이 1년에 수억원씩 오르고, 대기업으로부터 불법대선자금으로 수백억원을 받았다는 보도를 접할 때면, 사회의 각박한 인심과 무관심 속에 처참히 무너지는 서민들의 삶이 더욱 고단하게 느껴진다.

서울에 첫눈이 오던 날, 경기도 의정부의 산 중턱에 위치한 영산법화사를 찾았다. 손님이 오면 거처하는 대중방에서 지내고 있는 중학교 3학년인 이진우(16세) 군을 만났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부모님, 누나(이민영, 19세)와 함께 네 식구가 한집에서 살고 있었다. 비록 부모님이 병들어 누워 있어 가난하고 고통스런 나날들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어머니는 지병인 신부전증을 오랫동안 앓아, 앉거나 서 있는 시간보다 누워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게다가 빙판길에서 넘어져 고관절이 탈골되어 거동조차 못하게 되었다. 경기가 안 좋아져 중고차 매매를 하던 아버지가 실직 상태에 놓여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결국 병세가 악화되면서 2003년 1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남매를 남기고 감기지 않는 눈을 감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가 몰라보게 수척해졌다. 당뇨와 간경화를 앓고 있어 평소 입에 안 대던 술을 취하도록 마시고 잠드는 날이 많아졌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00일이 가까울 무렵 감기에 걸렸다며 자리를 펴고 누웠다. 감기에 옮는다며 남매를 곁에 오지도 못하게 하였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병세에 차도가 없었다. 아버지에게 기척이 없어 들여다보니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너무나도 갑작스런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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