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의 패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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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위의 패권주의
  • 관리자
  • 승인 2007.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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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교실

우리 는 고깃집에 가면 고기를 다 먹고 나서 냉면을 먹든가, 된장찌개에 밥을 먹는다. 그리고 고기나 먹고 밥은 남겨도 된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뿐만 아니라 반찬은 영양을 섭취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많이 먹어도 되는데 밥은 탄수화물 덩어리 정도로 이해하기 때문에 반찬은 모두 먹고 밥은 남겨도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옛날에는 고기 반찬이 생일날이나 명절날이나 잔칫날 정도에 먹는 귀한 것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먹는 음식을 귀하게 생각해서 귀한 손님과 소중한 자식에게 권하고 부모에게 접대하고 싶은 마음으로 특별히 권하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지금같이 집에서도 늘상 즐기는 음식 중의 하나가 되고 외식을 하려고 하면 고깃집 아니고는 특별히 먹을 것이 없을 정도가 되어 버린 마당에 아직도 우리는 고기 반찬에 대한 예우를 깍듯이 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제3 세계의 주권과 인권을 아랑곳하지 않고 이라크에 전쟁을 일으켰을 때 이를 두고 경제적 패권주의라고 했다. 패권주의란 어느 특정한 가치를 위해 어떤 가치는 희생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나의 존재를 위해 너라는 존재는 죽어주어야 한다는 것, 나의 이득을 위해 너는 좀 손해를 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패권논리이다. 우리 삶은 곳곳이 이러한 패권논리에 길들어져 있다.

밥상위에서까지 우리는 서슴없이 음식간의 패권을 강요하며 의식의 패권을 조장한다. ‘고기는 다 먹고 밥은 남겨라, 반찬은 고루 많이 먹고 밥은 남겨라’라고 말하는 것은 밥상 위의 패권논리이다.

‘먹는 것이 곧 나 자신이다’라는 이야기는 음식은 곧 내 몸을 만들고 신체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음식이 곧 나다. 천지의 은혜와 만인의 노고가 숨어 있는 물 한 방울, 밥 한 톨이 곧 나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연의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옛 성인들은 사람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했고, 자연을 내 몸같이 여겨 풀 한 포기조차도 함부로 하지 않았고, 비옥한 땅과 맑은 공기와 신선한 물을 한결같이 귀하게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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