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가진 황제가 빼앗은 천하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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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가진 황제가 빼앗은 천하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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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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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그늘/태종(太宗) 황제와 변재(辯才) 선사 2

(지난 호에 이어)

이때, 명안을 낸 사람이 지모(智謀)에 뛰어난 재상 방현령(房玄齡)이었다.

“감찰어사(監察御使) 중에 소익(蕭翼)이란 자가 있습니다. 양(梁) 나라 원제(元帝)의 증손이 되는 자입니다. 이 자는 발이 마당발입니다. 일을 처리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입 또한 걸어서 만담가를 뺨칩니다. 취미는 다양해서 글씨와 그림은 물론 여러 가지 예능에 대해서 상당한 안목을 가지고 있는 자입니다. 이 자를 부려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태종은 즉석에서 소익을 불러 오라 명했다. 불려 온 소익은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공무를 띈 칙사(勅使)로 가는 것은 싫습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사적인 일로 맡겨 주십시오. 그리고 이왕〔二王. 왕희지 아들(獻之)도 글씨의 명가여서 예부터 이 부자를 二王이라 불렀다〕의 글씨를 두세 점 빌려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조건을 달았다.

태종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난정서만 손에 들어 온다면 이왕의 글씨 두세 점과 바꿔도 좋다는 생각이었다.

소익은 허름한 차림으로 혼자서 잠행(潛行)을 해서 회계에 도착했다. 저녁 무렵, 영흔사를 찾아 간 소익은 이곳 저곳 벽화와 주련을 돌아 보면서 절 안을 기웃거리다가 변재 선사의 방장(方丈)으로 갔다. 인기척에 변재 선사가 밖에다 대고 물었다.

“어디서 온 뉘시오?”

소익은 먼저 정중한 인사를 건넨 다음,

“저는 북쪽에서 온 사람입니다. 좀이 쓸지 않는 화선지를 팔고 다니면서 절을 찾아 참배하는 사람입니다.”

변재 선사는 좀이 쓸지 않는 화선지에도 관심이 있었으나 절을 참배하고 다니는 것이 기특해서 이것 저것 말을 시켜 보니 씨가 먹혔다. 집안으로 들어오라 해서 바둑을 두고 주사위를 놀고 투호(投壺)를 하고 거문고를 타는데 못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학문에 관해서 이야기를 꺼냈더니 소익의 지식이 넓고 깊어 변재 선사의 마음에 들었다. 두 사람은 곡차를 마시고 시를 지으면서 밤을 새웠다. 이런 저런 일이 몇 번 거듭하는 사이에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 소익이 양나라 원제의 그림을 한폭 가져와서 보여 주었다. 변재 선사는 거듭거듭 그림을 칭찬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서화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되었다. 소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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