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횃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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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횃불
  • 관리자
  • 승인 2007.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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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연 이야기

‘나의 인연 이야기’, 절 집안에 오래 살다 왔으니 남보다 이야기감이 많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야기감이 많은 것과 쓸 만한 이야기와는 별개고, 내 인생이 남에게 내세울 만한 형편도 아니기 때문에 곧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리고 차라리 불교라는 주제를 가지고 쓰는 글이라면 나를 무대 뒤에 숨긴 채 자유롭게 써 보겠지만 ‘나의 인연 이야기’라는 난제목은 나를 무대로 내미는 격이라서 사실 좀 껄끄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심하다 결국 내가 처음 불교와 맺게 된 인연과 출가 후, 정법을 만난 인연 등을 담담히 적기로 했습니다.

나와 불교의 인연은 아스라이 70년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시절 난 무슨 고민이 그리도 많았던지, 지금 생각하면 참 철이 없었다 싶습니다. 하여간 이렇게 고민과 불만투성이로 살던 나에게 어느 날 중대한 사건이 생겼습니다. 평소 친한 후배가 있었는데 한동안 뜸하던 그에게 전화가 온 것입니다. “형, 여기 잠깐 봅시다.” 후배의 목소리는 자신에 넘쳐 있었습니다. 약속 장소에 가자 웬 스님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는데 그는 다름 아닌 후배였습니다.

왜 스님이 되었냐고 물으니, “세상사가 인연 따라 사는 거 아닙니까?” 하며 웃는 모습이 마치 모든 것을 달관한 도인과 같았지요. 본디 후배는 이목구비가 준수하였는데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으니 마치 오랫동안 도를 잘 닦은 수행자와 흡사했습니다.

그와 헤어진 후, 나는 여러 상념에 잠겼습니다. 후배의 밝은 모습과 당당한 어투, 또 잿빛 승복이 너무 멋져 보였고 그가 살고 있다는 절에 가보고 싶은 열망에 휩싸였습니다. 점점 그 곳에 사는 내 모습을 상상했고 상념에 잠길수록 그 모습은 현실처럼 각인되기 시작했지요. 그 길만이 나를 구원할 마지막 길이라는 절박감이 번쩍 뇌리를 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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