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를 훔치는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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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를 훔치는 도둑
  • 관리자
  • 승인 2007.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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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생활 속의 화두

나는 월간 「불광」 기자로 일하면서 불광회 법주 광덕스님께 계를 받았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절도 없고, 꾸준히 나가는 법회도 없으니 사이비 불자가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들곤 했다. 특히 참선이나 기도 정진을 맹렬히 하는 열심 불자를 대하면 더욱 위축되었다. 내가 불자가 맞긴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다.

지난 해 석사 논문으로 「불경에 나타난 석가모니의 상담사례 연구-잡아함경을 중심으로」를 쓰면서 이런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부처님께서 나같이 어설픈 불자도 ‘부처님 법 안에 있다’는 희망의 말씀을 오래 전에 남겨 놓으셨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카필라바스투국 냐그로다 동산에 계실 때 석씨 마하나마가 찾아와 여쭈었다.

“이런 어지러운 세상에 어울려 살다가 부처님과 부처님 법, 그리고 승단을 잊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이렇게 살다가 죽은 뒤 어디서 태어날 것인가 걱정이 됩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마하나마에게 말씀하셨다.

“큰 나무가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때 그 밑동을 자르면 어느 쪽으로 쓰러지겠는가?”

“기우는 쪽으로 넘어질 것입니다.”

“너도 그와 같으니라. 너는 오랫동안 불법승을 생각하고 닦아 익혔다. 비록 목숨이 다해 그 몸이 불에 타거나 묘지에 버려져 오랫동안 바람에 쐬고 햇볕에 쬐여 마침내 가루가 된다 하더라도, 마음은 오랫동안 바른 믿음에 쐬고 계율과 보시, 들음, 지혜에 쪼였기 때문에 그 신식(神識)은 안락한 곳을 향해 위로 올라가 미래에 천상에 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말라.”

-제33권 930경, 자공경(自恐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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