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심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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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심의 인연
  • 관리자
  • 승인 2007.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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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기쁨이 넘쳐흘렀다”라는 표현이 있다.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말하자면 남편이 직장에서 승진을 했거나 딸아이가 대학에 합격하였거나 첫 손자를 가슴에 안았거나, 간절히 바라며 고대하던 일이 이루어졌을 때, 우리는 그 벅차오르는 기쁨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런데 전시회에 다녀와서 ‘기쁨이 넘쳐흘렀다’라고 표현한다면 그것은 어딘가 좀 어색하다. 남의 그림이나 글씨를 보고 그렇게까지 좋아할 것이 무엇이람, 하고 의아해진다.

그러나 용헌(蓉軒) 이윤용(李潤鏞) 님의 「서·선일여(書·禪一如)」 작품전에서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을 보낸 나의 마음을 글로써 표현하라고 하면, ‘기쁨이 넘쳐흘렀다’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백악예원 전시장을 나와 이번 여행 중에 기거하는 친구의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친구와 마주앉아 저녁 시간에 늦게 된 사연을 얘기하는 밥상머리에서, 그 기쁨은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맑은 샘물처럼 내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며칠 뒤 미국으로 돌아왔고 얼마되지 않아 이윤용 님의 도록이 왔다. 월간 「불광」의 남동화 편집장을 통해 보내주신 것이다. 나는 어둑어둑해지는 방의 창 가에 앉아, 장미 꽃잎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질기고 도톰한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다시금 전시회에서 얻었던 기쁨이 내 가슴 속으로 스며듦을 느꼈다. 저녁 준비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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