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깨달음을 이룬 이후 대기설법(對機說法)으로 중생들을 진리의 세계로 이끌었다. 설법의 대상인 청중들의 수준과 정서, 관심 등을 세미하게 살핀 다음 현실 속의 비유를 들어 스스로 깨달음을 구하도록 한 것이다.

부처님은 이같은 대기설법으로 그 당시 국왕과 크샤트리아, 그리고 무수한 브라만의 교학자와 철학자로부터 무지몽매한 천민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계층을 대상으로 인생살이 등 광범위한 문제에 관해 아주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대기설법의 정신은 오늘날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시대정신과 문화의 구현’으로 표현될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사 속에서 진리를 표현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그 생명력(生命力)을 갖는다고 하겠다. 특히, 시시각각으로 변화의 속도가 빠른 현대사회에서 대기설법이 갖는 방법론적 진리성은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대기설법은 진리를 설명하는 방법론(方法論)이자 그 자체가 진리적 성격(眞理的 性格)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대기설법은 가장 최적의 포교방법임에는 더 이상의 언급을 요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화의 다양성과 복합성을 감안하면 전통적 포교방법론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조계종 포교원에서 98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문화포교(文化布敎) 패러다임’은 이 시대 대중들의 요청임을 확인할 수 있다. 포교방법을 5점 척도로 평가한 결과 문화예술 포교가 3.7점으로 나타났다. 또 99년 여름 전국 128개교 3천여 명의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종교의식 조사에서도 이러한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타종교에 비해서 불교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기여도가 가장 높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