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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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하는데…”
  • 관리자
  • 승인 200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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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무덥던 여름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고 있다. 끊임없는 계절의 순환 속에서 우리는 인생의 진리를 어렴풋이나마 알아차리게 된다.

노인 분들은 종종 높다란 가을 하늘을 보노라면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아마도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땅과 가까워진다는 인간 본래의 속성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세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슴의 한(恨)을 억누르며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낸 이응렬(77세) 할머니의 삶을 따라가 보았다.

황해도 옹진이 고향인 할머니는 경찰관의 아내로 넉넉치는 않지만 그런 대로 살 만한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6·25전쟁이 터지면서 할머니가 가꾸어온 행복의 텃밭이 송두리째 파헤쳐졌다. 무엇보다도 부모님과의 생이별이 평생을 두고 눈물 자국을 만들어 냈다.

무남독녀로 자라온 터라 가까이에서 세상에 둘도 없이 자신을 아껴주시던 분들이셨다. 이미 고인이 되었을 테지만 그 이후로 어떻게 생활을 영위해 가셨는지 생각만 해도 가슴에서 ‘울컥’ 하는 것이 올라온다.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광주에 새로운 터전을 잡았지만, 남편과의 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사회가 어수선한 시절이라 남편은 고된 업무에 시달리며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날이 허다했고, 건강이 나빠져 가정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남편은 순박하고 올곧은 사람이었어요. 평생 동안 나라를 위해 참 열심히 살았지만 가정에는 약간 소홀했던 것 같아요. 건강도 안 좋았지만, 호적에 실제 나이보다 많게 기재되어 일찍 경찰복을 벗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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