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보현님, 부모와는 전생에 빚쟁이 관계라고 하셨지요.

그 업보를 갚기 위해 부모, 자식으로 태어나서 부모는 끊임없이 베풀고, 자식은 받기만 하면서도 부모를 원망하고..(맞나요?)

그럼, 형제간의 인연은 어떤 것입니까?

형제간도 전생의 악연으로 인한 것입니까?

저는 어릴 적부터 동생과는 그저 무덤덤한 편이었고, 지금에 와서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분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커서 절연하고 살리라 마음먹은 후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지금의 감정으로는 부모님께 죄송할 뿐, 다른 어떤 미련도 연민도 우애도 남아있질 않습니다.

단지 어느 시기엔가 같은 어머니의 배 속에 있었던 적이 있다라는 것 말고는 눈꼽만큼의 다른 인연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생에 어떤 업보가 있어서 한 부모 밑에 태어나서 이렇듯 미워하며 지내야 하는건지 궁금합니다.

[답변]

저는 부모-자식이 빚 관계라고 말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실지로 불교에서 그렇게 말하지도 않고요.

다만, 현생에서 그런 관계로 만난 경우도 있을 수는 있지요.

제가 여러 번 말씀드린 것 같은데,

불교에서 말하는 우리가 만나는 인연은 대개 5 가지입니다.

1.은혜 갚는 인연

2.원수 갚는 인연

3.빚을 갚는 인연

4.빚을 받는 인연

5.none of the above

대개 부모-자식, 스승-제자의 관계는 1 번이 많고,

부부는 대개 3, 4 중의 하나인 수가 많습니다.

친구, 형제의 인연은, 불교에서는 대다수가 좋은 인연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관계는 그냥 참고로 하셔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때에 따라 부모-자식도 2 번이 상당수 되고 부부 중에도 1 번의 인연도 꽤 되기 때문입니다(나이 차가 많거나 사회적 계급이 다른, 또는 건강한 이와 몸에 이상이 있는 남녀 간의 결혼 인연은 대개 1 번이거나, 둘 중의 한 쪽이 큰 빚이 있어 그 빚을 갚기 위해 결혼이라는 형태를 빌리는 수가 많습니다).

전생을 볼 수 없어도 우리가 현재 사는 모습을 보면

과거에 어떤 인연이었는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지요.

이유도 없이 그저 내게 원하는 게 많은 분들은 내가 과거 생에 빚을 많이 진 분들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괜스리 미워지는 분들도 과거에 나와 사이가 안 좋았던 분들이지요(이 때는 상대도 이유 없이 나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수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저 바라만 좋아도 좋은 사람, 그런 분들은 과거에 좋은 인연을 심었던 분들입니다.

또는, 나한테 잘 해 주셨거나 나를 위해 많이 고생하신 분들이지요.

그렇지만 역시 이런 관계를 진실로 잘 알기 위해서는,

수행 끝에 얻는 '밝은 눈(慧眼)'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 좋은 인연 같아도,

알고 보면 굉장히 위험한 인연도 적지 않으니까요(vice versa).

그저 내 눈에 보이는 대로 행동하는 것은 때에 따라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