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행자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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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자를 찾습니다
  • 관리자
  • 승인 2007.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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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사는 세상 이렇게 일굽시다

필자 는 함께 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성격이다. 그래서 학교를 여러 번 제적당할 뻔했고, 1975년 입산한 송광사 행자 생활에서도 결국은 1976년에 홀로 일주문을 나와 무단 행동을 한 결과 쫓겨나게 되었다.

요즘 세간에서 꽤나 알아주는 명예 속에서도 개밥에 도토리 같은 고독감을 떨칠 수 없다. 관절마다 녹아 내리는 분수 없는 행각의 피로를 정오 넘어서야 떨치고 일어난 순간,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퍼얼펄 퍼얼펄 눈 내리는 모습은 필자의 손을 원고 위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울산, 목포행까지 포함한 강의(講義) 행군을 끝내고 어제까지 함께 생활하던 세 명의 제자와 이별한 후 여기는 경기도 자그마한 산중의 토굴(?)이다.

옛날 중국의 방거사이시던가, 눈 내리는 산사(山寺)에서 이르기를 “좋구나! 하나도 다른 곳에는 떨어지지 않는구나!” 하셨다는 기억이 떠오른다. 듣고 있던 한 스님이 “그러면 어디에 떨어진다는 말씀입니까?” 묻자, 방거사는 그 스님의 뺨을 때렸다는 선문답(禪問答)이 마침 생각나는 날이다. 정말 어디에 떨어지는 거야? 아이구 아파라!

때는 1975년 11월 중순쯤….

경영하던 한의원을 때려치우고 송광사의 종무소 문을 두들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강타하고 지나갔는지. 커다란 트럭에 한의원 짐을 모두 꾸려서 동생들과 모친을 태워 보내면서 ‘조금 있다 그리로 갈께요’라고 거짓말하는 순간부터 필자의 거친 방랑 생활이 시작되었다. 머리를 깎아주시던 스님께서 “아니 한의사라면서 자기 화병(火病) 하나도 못 고치는구먼, 쯧쯧!” 잘도 필자의 울화병을 알아맞히는 스님의 진단에 놀랐다.

순전히 여드름이 툭툭 올라있어 삭도(削刀)가 머리를 스칠 때마다 그것들이 터져 얼굴로 피가 주르르 흘러내리는 때가 아니던가. 사실은 마음뿐 아니라 몸조차도 폐결핵 3기를 넘고 황달이 이제 흑달로 접어드는 가련한 한의사 행자는 군대 입대가 불가능한 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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