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머금은 명주사의 종소리에 세상 시름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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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머금은 명주사의 종소리에 세상 시름 없어라
  • 관리자
  • 승인 2007.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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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가 깃든 산사여행/양양 만월산 명주사(滿月山 明珠寺)

입춘 이 지났다더니 봄을 시샘하는 춘설(春雪)에 길 나설 심사만 마냥 더디었다 두어 시간 하늘만 쳐다보다 나선 길. 큰길이 낫겠지 싶어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섰다. 명주사는 강릉 위쪽으로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 마을, 그러니까 오대산 동쪽의 만월산에 자리잡고 있다. 어성전(魚城田), ‘물이 깊어 고기가 많고 주위의 산은 성과 같으며 밭이 기름져 부모를 모시고 처자를 기르기에 적합한 이상향’이라는 뜻이다. 한여름에도 차가운 물과 수려한 산세는 관광지로 이름난 강원도에서도 무릉도원에 비유될 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그러한 풍광에 흰눈을 걸친 설경을 감상하다보니 어느새 절 아래 마을에 다다른다. 전화를 드리니 차는 아래 두고 올라오라는 이야기다. 지난 설 전에 허리께만큼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단다. 신발을 고쳐 매고 옷매무새를 단단히 하고 계곡을 따라 오른다. 2km 남짓, 눈 속에 파묻힌 길이며 계곡이 입춘이 지났다지만 강원도 골짝은 아직도 쌓인 눈만큼이나 두터운 한겨울이다. 그래도 봄햇살에 반사된 눈빛은 예전과 달리 따뜻하고 가만히 멈추어 서면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제법 요란하다.

하! 얼마나 올랐을까, 눈을 이고 선 부도와 탑들이 저절로 탄성을 불러 일으킨다. 8각의 옥개석엔 그대로 8각의 새하얀 눈부도가, 석종형 부도에는 둥그런 소종(小鐘)의 눈부도가 바람이 깎아놓은 대로 부도 위에 올려져 있다.

이 부도밭에는 부도 12기, 탑비 5기가 가지런히 모셔졌는데 부도들 사이가 다소 좁아 보이고 모셔진 부도에 비해 그 터가 작게 느껴진다. 옛 순례기에는 중봉당선사탑(中峰堂禪師塔)이 저 아래 옛 절터 가까이에 놓여 있었다 하니 여기 저기 방치되어 있던 부도들을 근래에 들어 한몫에 관리할 요량으로 여기 이렇게 모셔둔 것이리라.

이 부도들의 조성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원당형 부도의 경우 8각으로 조성된 기단부와 옥개석은 고려시대 이후의 방식을 따른 것으로 보이며 연파당(蓮坡堂)의 부도는 짝을 이루는 탑비에 의해 조선 순조 18년(1818)에 조성된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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