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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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들
  • 관리자
  • 승인 2007.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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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주춤거렸던 겨울의 추위가 제자리를 잡아 가는지 바람이 점점 매섭게 불어온다. 하얀 입김이 커질수록 세밑 온정이 그리운 때다.

이번 호에는 유진호(18세) 군 모자(母子)를 찾았다. 서울 은곡공업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진호는 저녁 시간이었지만 아직 교복 차림이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머니 정명옥(48세) 씨가 반갑게 맞아주었지만 사람을 경계하는 듯한 어두운 표정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정명옥 씨는 10여 년 전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바로 환경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정명옥 씨의 우울증은 가족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진호 아버지가 목재소에서 일을 하며 그 월급으로 세 식구가 빠듯하게 살고 있었다. 장남이었지만,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은 모시지 못하고 조금씩 생활비를 보내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이 생활비를 더 보내라고 하셨다. 도저히 여건이 여의치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경에 빠져 있는데, 하루는 시동생이 찾아왔다.

부모님 문제로 시동생과 얘기를 나눴지만, 각자의 생각은 어긋나고 언성이 높아졌다. 어느새 감정 싸움으로 번져 더 이상 얘기가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티격태격 하는 순간, 시동생이 부엌에서 칼을 가져와 죽이느니 살리느니 하며 칼부림을 하였다.

이러한 소동이 있은 후, 심하게 놀란 정명옥 씨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호흡불안을 겪게 되었다. 증세는 점차 심해져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다. 남편과의 관계도 점점 멀어져 부부의 정을 느낄 수가 없었다.

결국 6년 전에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면서 이혼을 하게 되었다. 진호도 아버지를 따라가, 혼자 남겨진 정명옥 씨는 심한 상실감과 허탈감으로 우울증 증세가 악화돼 삶의 의욕을 잃었다. 살아갈 이유도 여력도 없었다. 병원에서 타온 다량의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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