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을 버리면 모든 장벽이 스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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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을 버리면 모든 장벽이 스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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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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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석/순천 송광사 조계총림 방장 보성 스님

한반도 에 새로운 바람, 새로운 기운이 충만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요원하게만 느껴졌는데,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는 그 모든 것을 불식시키고, 통일의 그날이 머지않았음을 예고하고 있다. 산천초목도 푸르름을 더해 새희망을 노래하는 역사적인 6월 승보종찰 송광사를 찾았다.

더엉덩… 깨달음의 범종소리에도 통일의 기원은 간절하게 담겨 있고, 보성(송광사 방장) 큰스님께서 주석하고 계신 미소실의 세계일화(世界一花) 현판이 그 어느 때보다 환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보성 큰스님께 특별히 법문을 청하였다.

삼독심, 이기심을 버리고 지혜와 자비를…

남북이 둘로 나뉜 지 반 세기 만에 비로소 남북간의 두 정상이 만나 민족의 앞날을 밝히는 초석을 마련했으니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큰 관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념과 사상과 체제가 아무리 다르다 해도 우리가 한 민족 한 핏줄임을 이번에 확실하게 느꼈으리라 믿습니다. 사실 그 동안의 남북간의 장벽은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삼독심과 이기심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탐진치 삼독심과 이기심이 남북간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부모형제·부부·친지·이웃간의 반목과 불화가 다 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까?

원효 스님은 발심수행장에서 “극락국토에 가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왕생하는 사람이 적은 것은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마음을 자신의 재물로 삼은 탓이고, 악도로 가는 길로 유혹하고 격려해 주지 않는데도 그 길로 가는 사람이 많은 것은 덧없는 몸과 오욕으로써 망령되게 마음의 보배를 삼았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삼독심과 이기심은 인간의 본 마음이 아닙니다. 수행을 통해 인간의 본마음을 회복해야 합니다. 인간의 본 마음을 찾는 것이야말로 종교적인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며, 깨달음을 얻는 길이며, 나 스스로를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민족을 살리고 나아가 인류를 살리는 길입니다.

또한 본마음을 회복하면 옆에서 말려도 자연스럽게 지혜와 자비행이 샘물처럼 솟아나기 마련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지혜와 자비로써 일관되게 되어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하다 해도 지혜와 자비행 앞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지혜와 자비행을 실행하면 모든 장벽이 저절로 스러지게 마련입니다. 주변 강대국들이 은근슬쩍 훼방을 논다 해도 통일의 물꼬는 자연스럽게 열린다는 말입니다. 그야말로 지혜와 자비는 불교의 진수요, 세상살이에서도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한편 그 모든 것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데 있지 관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절에 와서 법문을 들을 때에는 ‘지혜롭게 살아야지, 자비롭게 살아야지’ 다짐했으면서도 그 각오가 사흘을 못 갑니다.

왜냐하면 수행력에서 나온 지혜와 자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문을 듣고 단지 알음알이로써 받아들인 것은 그 효력이 오래 가지 못합니다. 우리가 수행을 강조하는 것이 바로 그런 까닭에서입니다.

수행을 하면 지혜로워집니다. 수행을 통해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은 분을 부처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혜로써 일체 존재가 고정된 실체가 없듯 나 역시 집착할 만한 자아가 없음을 여실히 보고,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해탈할 때 자비행이 저절로 우러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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