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가 그리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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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가 그리운 것은
  • 관리자
  • 승인 2007.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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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행자의 목소리

벌써 새로운 시작의 달이다. 이 계절 기억 속의 편린을 생각하면서 산사를 찾았다.

우뚝우뚝 솟은 전나무들이 차렷 자세로 행진을 한다. 마치 사열대에 선 기분으로 지난날들을 회상해본다. 새싹이 돋아나 푸르른 산천으로 싱싱하게 살랑이고 향긋하게 생명력을 주어 화려했던 봄, 짙푸른 나뭇잎으로 산천을 뒤덮어 씩씩하고 용감한 힘을 주는 한 폭의 수채화였던 여름, 토실토실한 오곡백과로 우리의 입맛을 돋우며 결실이라는 화려한 작품의 전시장이던 가을, 그리고 침묵의 계절 겨울, 바위 틈에 아직 남은 단풍이 사그락거리고 무리 지은 억새 밭 어우러진 능선을 걸으면 끊어질 듯 이어지는 산길이다.

숲을 거쳐서 골물 소리를 들으며 한참 오르다 보니 자그만 암자가 버려진 산막의 허술한 모습으로 서 있다. 나는 바위에 기대앉아 날리는 머리카락을 바람에 맡긴 채 걸어온 길을 내려다 보았다. 넘어도 넘어도 가로막던 고갯길. 내 살아온 길도 저런 길이 아니었는지! 앞으로 어떤 고개를 넘어야 될지 한치 앞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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