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자신불(自身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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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자신불(自身佛)
  • 관리자
  • 승인 2007.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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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샘 - 친구

나는 어려서부터 부모님 손잡고 절에 다녔으며, 밤낮으로 하나뿐인 자식을 위해 올리는 아버지의 낮은 기도소리를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느새 나도 부모님을 위해 마음으로부터 간절한 기도를 하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이때부터 철이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마치 향내음이 배어들 듯 불교는 이미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 있다. 이런 탓에 사십줄이 넘어선 지금, 내게는 친구라는 말보다 도반(道伴)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는 구도자이다. 구도의 길에 많은 인연들과 만나고 헤어짐을 거듭하게 되는데, 그러한 인연의 쳇바퀴 속에서도 늘 마음 한구석엔 아쉬움이 남곤 한다. 언제나 나를 잘 이해해 주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이 되어줄 수 있으며, 무슨 말이든 숨김없이 할 수 있는 도반은 없을까? 이런 도반을 구하겠다는 생각에 나의 눈과 마음은 늘 밖을 향해 분주했다. 그러나 과연 내 자신이 누군가에게 진정한 도반이 되어 주었는가를 생각하면 오히려 부끄럽기조차 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합리화하며 나부터 감싸고 돌지는 않았던가?
부처님께서는 도를 배우는 데는 친구가 필요없으니 착한 벗을 만나지 못했거든 차라리 홀로 선을 닦을지언정 어리석은 자와 짝하지 말라 하셨다. 사실 ‘나’라는 존재 밖에서 도반을 찾고 남의 도반이 되어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있는 근원적인 본래심 즉 자신불(自身佛)을 찾는 일일 것이다.
구도의 길에 만나는 갖가지 외부의 반연들을 극복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밖으로 헐떡이는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혀 안을 향해 자신을 바라보는 선정이 필요하다. 바로 이 선정이야말로 진정한 도반을 구하는 길이 아닐까?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걷고… 늘 같이 있으면서도 같이 있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사는 자신불은 세세생생 같이 하는 세상에 둘도 없는 나의 친구이자 도반이다.
그 동안 바깥 살림살이에 바빠서 안살림인 자신불 찾는 일에 너무 소홀했었다. 이제부터라도 참선수행으로 진정한 나의 도반인 자신불을 찾아야겠다. 언제쯤 제대로 자신불을 만나게 될는지는 모르지만 꾸준히 정진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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