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 순례기 20
안쪽 순례로(Inner Kora)
해발 5,668m의 될마라 고개를 넘어, 3박4일간의 53km 수미산 순례의 전 코스를 끝내고 시발점 더르첸 마을로 돌아와 편안한 침대를 본 순간 탈진했던 몸에 잠이, 마치 죽음 같은 잠이 밀려 들어왔다.
냉열이 교차되는 땀의 범벅 속으로 죽음의 대왕, 야마(yama, 염라)의 사자가 나를 부르러 왔다. 될마라의 업경대(業鏡臺)에 비쳤던 이승에서의 내 카르마(Karma)에 대한 추상 같은 논고가 있었다. 그 곳에는 변호인이 없었기에 오직 자신만이 자신을 변호해야만 하였다. 그 일은 그런 것이 아니고 이런 것이었고, 어쩌고 저쩌고 관중 없이 텅빈 염라왕 앞에서 열심히 손발을 저으며 메아리 없는 변론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 때 때 맞추어 초록색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환한 빛발 속에서 스승, 미라래빠가 서 있었다.
현대 심리학의 거장 ‘칼, G, 융(1875~1961)’은 『티벳사자의 서』의 해설에서 이 ‘지옥도’에 대하여 이렇게 해석을 내리고 있다.
“중음신(中陰神)에서 체험하는 존재의 근원이란 그 ‘바르도체(Bardo)’--사후상태에서 사자의 의식체를 에워싸고 있는 일종의 유체(幽)--의 마지막 장에서 가르치듯이 마음의 근원을 말한다. 마음속에 담긴 사념과 환상들이 실제 모습을 가지고 나타나며 카르마에 의해 생겨난 무서운 꿈이 무의식 속의 우성인자들에게 지배를 받아 마음껏 놀이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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