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 스님 / 약석(藥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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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 스님 / 약석(藥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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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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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그늘

내가 미타암에서 광덕 스님을 처음 만나 뒤, 두 번째로 만난 것은 부산 범일동에 있는 어느 처사의 집에서였다.

미타암에서 헤어진 지 한 달 가량 지나서였다. 스님으로부터 한 장의 엽서를 받았다. 내용인즉, 당신이 나는 모르는 어느 처사로부터 공양청장(供養請狀)을 받았는데 거기 함께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참석 여부를 엽서로 알려 달라 하였다.

그 때는 지금과 달라서 편지가 전해지지 않는 일이 종종 있었다. 더구나 산골의 암자까지는 우편배달부가 오는 일이 없었다. 그러므로 편지를 받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반신(返信)이 필요하지만 공양을 초청한 이에게도 나의 참석 여부를 알리는 것이 도리이므로 회답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때, 나는 천성산(千聖山) 화엄벌(華嚴一) 아래에 있는 성수(性守) 스님의 토굴에 살고 있었다, 버스가 다니는 국도(國道)에서는 20리가 넘고 산길은 15리를 올라야 하므로 우편배달부가 올래야 올 수 없는 곳이었다. 게다가 주소가 없는, 그야말로 번지없는 토굴이었으므로 편지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때문에 국도변에 있는 버스 영업소에 부탁을 해서 그 주소로 우편물을 받았었다. 그러면 나는 우편배달부가 버스 영업소에 맡긴 편지를 밖에 나간 길에 찾았다.

그러나 밖에 나가는 일이 없어 토굴에 죽치고 앉아 있으면 제 때에 우편물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지켜야 할 기일을 지키지 못하거나 답장을 못하는 일이 잦아서 낭패를 겪는 일이 많았다. 때문에 나는 나에게 오는 편지는 모두 엽서를 써달라고 부탁을 해서 광덕 스님으로 부터도 엽서를 받은 것이었다.

엽서는 오픈되어 있어서 굳이 볼라고 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눈길이 가면 자연히 읽게 되어 있다. 남의 편지를 읽는 것은 지켜야 할 ‘신서(信書)’의 비밀에 속하는 일이지만, 버스 영업소 주인이 나에게 온 엽서를 읽고서 급한 것이면 나물 캐러 산에 오르는 인편에라도 보내 주므로 나에게 있어서는 매우 편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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