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光德) 스님 /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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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光德) 스님 /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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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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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그늘

내가 광덕 스님을 처음 만난 곳은 천성산(千聖山) 미타암(彌陀庵)이었다. 그때, 미타암의 암주(庵主)는 성수(性守) 스님이었다.

성수 스님은 미타암의 법당을 키워서 새로 짓고 요사(寮舍)도 새로 지었다. 그리고 암자 뒤에 있는 자연동굴의 법당으로 오르는 위험한 길을 보수해서 안전하게 오르내리도록 하였다. 또 석축을 세 길이나 쌓아 올려서, 한 사람이 겨우 지날 만한 통로에 지나지 않던 법당 앞의 뜰도 넓혔다.

성수 스님은 미타암의 암주를 맡자 시작한 이 같은 불사(佛事)를 끝내고 이제는 법당의 후불탱화(後佛幀畵)와 신중탱화(神衆幀畵)를 새 법당의 크기에 맞추어 새로 조성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탱화의 조성을 석정(石鼎) 스님에게 부탁을 하였다. 그래서 석정 스님이 미타암에 머물면서 탱화를 조성하기 위해 미타암으로 오기로 되었는데, 그 날에 몇 사람이 초청을 받았다. 화천(華天) 스님, 법연(法演) 스님, 덕륜(德輪) 스님, 광덕(그때는 아직 비구계를 받기 전이라 고처사라고 불렀다) 스님, 그리고 나였다.

그때, 나는 며칠 전에 미타암에 미리 와 있었다. 성수 스님이 신도가 마땅히 읽어야 할 경을 골라서 번역하자고 하셔서 그 일을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초청받은 손님들보다 미리 오라해서 미리 오기는 했으나 어차피 초청받은 스님들이 오시면 그 스님들과 함께 의논할 일이어서 손님이 오실 때까지 빈둥거리며 밥만 축내고 있었다.

그런데, 손님들이 오시기로 한 날, 암주(庵主)스님은 이른 아침에 시봉을 데리고 장에 가고 후원(後院)의 보살도 암주스님을 따라서 장에 갔다. 주인 없는 암자를 나그네가 지키고 있는데 초청받은 손님 중에 광덕 스님이 맨 먼저 도착을 했다.

두 사람은 첫 대면(對面)의 수인사(修人事)를 나누었다. 우리가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상대방에 관해서 서로 들은 바는 있었다. 그러므로 처음 만나는 사이임에도 결코 낯설지 않았다. 주고 받은 것 없어도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듯이 스님이 그러했다.

입가를 감도는 수줍은 웃음, 부드러운 눈길과 목소리, 그러한 것들이 친근감을 느끼게 하였다. 두 사람이 십년지기(十年知己)인 양 두서없는 이야기에 팔려 있는데 예기치 않은 불공(佛供) 손님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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