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인연과 나의 차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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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인연과 나의 차 생활
  • 관리자
  • 승인 200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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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믿음 나의 다짐

처음 불교의 인연과 지금 나의 차 생활은 그야말로 인연 따라서 생활화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요즈음처럼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추어내면 아주 고리타분하고 비현실적이라 하겠지만, 사람은 부모 없이 태어날 수 없고, 과거가 있으므로 현재가 있듯이, 나의 불교와의 인연도 처녀시절에 병고로 하여 인연이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주일이면 병을 고칠 수 있겠다고 하던 의사의 진단과는 달리, 1년이란 길게 느껴지는 세월이었다. 생과 사를 오락가락하면서 점점 악화되었던 신장염 증세는, 친구 따라 혼자 다녔던 교회의 친구들이 찾아오면, 이상하리만큼 머리까지 더 많이 부어 올라서, 할머니께서는 “이상한 일도 다 있다.”고 말씀하셨다.

집 근처, 입원했던 병원의 의사는 1년이 지나도 병이 점점 더 심해지자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야 될 것 같다고 하였다. 병원 약으로 고칠 수 없음이 판단되자 아버지께서는 전국의 좋은 한약을 찾아다니셨다.

주안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산수경관이 빼어난 좋은 절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살았었지만, 만월산 약사사와의 인연의 고리는 약을 지은 후 수양을 하러 가면서 시작되었다.

우리가 지내는 이 시간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지만, 내 생애 중 절에서 보냈던 그 시절은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복 곱게 입으신 할머니의 치맛자락이 봄바람에 나부끼고, 반가운 까치들 울음 우는 솔밭 사이로 난 호젓한 숲길이 길게 이어지고, 약사사의 일주문이 나왔다. 연못엔 연잎들이 떠있고 두레박이 놓인 우물가를 지나서 큰 벚나무 아래 용궁각이 보였다. 노랗게 만발한 매화꽃은 4월의 푸른 바람을 맞으며 내 마음처럼 흔들거리고, 그 계단은 계속 이어져 대웅전에 이르게 되었다. 4월의 바람은 찬란한 햇살을 쏟아 붓고, 반짝이는 나무들이며 풀들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하늘빛처럼 맑으신 사미승의 따뜻한 안내로, 그 해 내가 묵었던 방은 염불당과 아래 위로 마주하고, 매화꽃 계단 밑에 위치한, 작은 마당엔 버드나무와 큰 오동나무가 절의 풍치를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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