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회에 걸쳐서 우리는 번뇌와 불성, 유위와 무위의 순환, 번뇌의 수행과 진리 등에 대 해서 생각해 보았다. 이 칼럼 난의 본래 목적은 딱딱한 교리를 전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일 상 생활에서 겪는 번뇌를 느끼고 그것의 일어나는 곳과 사라지는 것을 관삼으로써 보다 진 리에 가까워지는 깨달음을 얻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번뇌는 우리 중생들이 가장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과, 이 번뇌를 퉁해서 해탈의 길을 더듬어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을 교리적으로 정리하다 보니 현실과 약간 동떨어 진 논리의 숨바꼭질로 흐르게 되었다. 이 번호부터는 현실에서 우리가 겪는 번뇌를 짚어보 면서 그 번뇌의 뿌리랄까 실상을 살피기로 한다.
오늘의 주제는 큰 것, 많은 것, 또는 강한 것에 집착하는 우리의 마음이 번뇌를 일으키는 중요한 진원지 가운데 하나가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큰 것의 오만
소형차를 타고 먼길을 다니다 보면, 대형 트럭이나 버스들이 꽁무니에 바짝 다가와서 '비 키든지 빨리 가든지 하라'고 위협하는 것을 겪는 수가 많다. 소형차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 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당해야 한다.
얼마 전에는 고속도로의 버스 전용차선에 끼어든 택시를 쫓아가서 들이받은 대형버스 기 사가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택시 안에 타고 있던 이들은 경상만 입었을 뿐이었고, 또 버스 기사와 피해자들 사이에 보상합의가 있었지만 사법 당국은 그 버스 기사를 구속했다. 대형 차를 모는 이들의 소형차에 대한 위협을 법이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을 세상에 보이기 위해 서라고 한다.
다른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다. 승용차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던 한 좌석버스 기사는 승 용차를 밀면서 돌진했다. 길을 비켜 주는 문제로 다투다가 버스가 앞질러 갔다. 그러자 승용 차는 그 버스 옆을 지나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고, 버스는 승용차를 옆으로 치면서 몰아붙였 다. 승용차가 버스 앞으로 나아가 가로질러 서게 되자, 버스는 그 승용차의 문 쪽을 들이받 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나아갔다. 물론 이 버스 운전기사도 구속되었다.
대형 짚차를 모는 한 불자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소형 승용차를 운전할 때와는 달리, 큰 차를 몰다 보니 가끔 자기 자신의 방자함에 놀라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어떤 승용차든지 부딪치기만 하면 네 쪽이 부서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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