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難治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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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難治炳)
  • 관리자
  • 승인 2007.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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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한화(雲岳山 閒話)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고질병이 있다면 억지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내게 있는 한글학회편 중사전을 보면억지는 「잘 안될 일을 무리하게 해내려는 고집」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잘 안될 일을 되게끔 하겠다는 고집이 어떤 배경, 어떤 형태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남의 칭찬도 받을 수 있고, 빈측도 받을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것 입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대하여 힘이 들더라도 억지로 해내는 자세에 대하여는 아무도 나무랄 이가 없겠지만 요는 그렇게 해서는 안될 일을 자기 욕심에 가리워서 굳이 밀고 나가는데는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기의 잘못된 억지를 합리화시키기 위하여 갖은 방법으로 꾸며대는 통에 대다수의 선량한 지식인들의 사고기능을 오염시킨다는 것입니다.

 낮은 신분의 여자이지만, 일단 마음둔 남자가 있노라고 주장하는 춘향에게 좌수의 권력을 총동원하여 수청을 강요한 친구는 변학도였습니다. 그는 자기의 권위를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관장에게 항명하는 죄는 무슨 벌을 받는지 아느냐」하고 호통까지 쳤습니다.

 하기야 썩어도 생선이라고, 잘못되었어도 관장이니 그정도의 허세는 부려볼만도 합니다만 이것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요인의 하나라는 것을 생각할 줄 안다면, 세상은 훨씬 부처님나라와 가까와질 수 있겠지요.

 따지고 보면 부처님의 생애도 이 자기본위의 독단과 싸우는 일로 일관했다고도 할 것입니다.

 인간세상이 요란하고, 괴롭고, 더러운 요인이 어떤 신의 섭리나 운명에서 온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지은 업에서 연유한다고 진단하신 석존은 특히 이 자기본위의 고집을 제 1의 적으로 상정하셨던 것입니다.

 수천의 적군과 마주 맞서서

 단신으로 싸워서 이기기보다

 하나의 자기를 이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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