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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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멸망
  • 관리자
  • 승인 2007.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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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원효는 천관 대사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지 않았다. 이름도 곧이 곧대로 말하지 않고 해관 대사(海觀大師)라고 둘러댔다. 천관이라 말하면 대장군이 혹 옛날의 일을 기억해 낼지 모르 기 때문이었다.

"해관 도인은 천문. 지리. 의술. 복술 등에 무소부지(無所不知)하고 무소불통(無所不通)한 신 승(神僧)입니다. 마침 지리산에 은거하고 있음을 전해듣고 제가 삼고초려(三顧草 )의 정성 을 다하여 화랑소에 모셔왔습지요."

원효의 이 같은 설명에 대장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우리 나리에 숨은 도인이 계신 것은 큰복이요, 광영(光榮)이지요."

"그런데 당나라에서 고구려를 침공하자는 것은 좀 성급한 듯합니다."

"그것은 당나라의 국력이 넉넉하기 때문일 겝니다. 워낙 인구가 많으니 수십만의 장병을 출 정시키는 것쯤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테지요."

"헌데 우리 나라는 그렇질 못하니 어떻합니까? 국운을 걸고 싸움에 임해야 하니 말입니다."

"그렇소, 바로 그게 문제지요."

상감은 중앙에 앉아 두 분의 대화만 듣고 있었다. 대장군은 외숙이고 원효는 스승님이니 왕 의 입장을 떠나서는 손아래 사람이 아닌가.

국사를 다룸에 있어서나 군사를 휘동함에 있어 유신 대장군은 왕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경륜 과 경험을 가진 어른이요. 식견으로는 원효를 따를 자가 없는 현실이니 왕은 두 분의 논의 에 끼어들기보다는 듣는 편이 휠씬 부담이 적다.

왕과 대장군, 그리고 원효의 삼거두(三巨頭)는 결론적으로 당나라 측의 요구대로 고구려 침 공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문무왕 재위 5년째에 접어든 신라로서도 이제 고구려를 석권할 수 있을 만큼 군사력을 배양 해 놓은 상태다.

다행이 해마다 풍년이 들어 백성들의 생활도 넉넉해졌고 장병을 먹일 비축미도 충분히 확보 해 놓았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고구려군이 당군을 대항할 만한 막강한 전력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막리지(莫利支) 연개소문 장군이 비록 타계한 상황이긴 하지만 고구려군은 당나라의 주력부 대를 괴멸시킨 전력이므로 신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신라는 화랑을 무찌르고 나서 더욱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원효는 고구려를 얕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노상 역설해왔다.

원효는 명랑법사(明郞法師)를 만날 적마다 법사에게 천문(天文)에 관한 지식을 배우고 또 천문에 나타난 동양권의 성쇠에 대해 경청해 오고 있다.

원효는 서라벌에서 급히 소환령을 내린 사유를 고구려 정벌에 있다는 것을 미리 짐작하고 서라벌에 당도하자마자 강변의 영묘사(靈妙寺)로 법사에게 배알하러 갔다.

"원효가 서라벌에 나타났으니 온 천지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는 이유를 알 만하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자네에게 주어진 주임무는 법의(法衣)보다 융의(戎衣)가 아니던가!"

원효는 깜짝 놀랐다. 절 집안에 들어앉아 있으면서도 세상 돌아가는 것을 환히 내다보고 있 으니 말이다.

"스님께는 숨길 수가 없습니다그려."

"숨기다니? 나도 신라인인데 왜 나를 배제시키려 하는가?"

"배제시키다니요? 소승이 이렇게 스승님의 고견을 여쭈러 오지 않았습니까?"

"내게 고견을?"

"예, 큰스님."

"무슨 고견(高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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