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의 선과 정토] 업장이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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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업장이란 뭘까요?
  • 현안 스님
  • 승인 2022.07.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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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52)]
업장(Karmic Obstruction)
출처 셔터스톡

업장이 뭘까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아픕니다. 여러분이 아프면, 그게 여러분을 방해하고, 수명을 줄입니다. 그런 게 업장입니다. 복이 있어도, 즐길 수 없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마치 은행에 돈은 많지만 아파서 즐길 수 없는 겁니다. 장애란 그렇습니다. 가장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살 능력이 있지만, 아파서 즐길 수 없습니다. 무섭지 않나요? 복이 아무리 많아도 즐길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사람들은 감히 이런 문제에 직면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백만장자 혹은 억만장자라고 합시다. 그렇게 부유하지만 암에 걸립니다. 치명적인 암이고 불치입니다. 그러면 복이 아무리 많아도, 업장이 그것보다 훨씬 더 무겁고 안 좋다는 뜻입니다. 그런 문제들은 여러분이 가진 모든 부를 다 압도해버릴 수 있는 겁니다. 업장이 가진 부보다 훨씬 더 비싼 겁니다. 그게 여러분의 부를 파괴하도록 설계돼있습니다. 그게 업장의 본질입니다. 원하는 걸 다 가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참회하는 법을 모르는 한 그걸 즐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업장이 너무 무거워서 당장 뭘 가졌든 상관없이 어떤 복이든 다 압도당합니다. 가진 복에 상관없이 이제 죽어야만 하는 겁니다. 여러분의 삶을 파괴하기 위해 설계된 겁니다. 이것이 전체적인 그림입니다.

예를 들어 지장경에 아파서 죽어야 한다면 가진 모든 걸 삼보에 보시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삶이 연장될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여러분이 마음속으로 ‘이건 너무 어려운데, 왜 그럴까? 그 이유를 모르겠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는데, 의사도 포기했습니다. 의사가 “난 할 수 있는 건 다 했습니다. 내가 더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이제 그냥 집으로 가세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면 ‘난 이게 다 쓸모없어. 삼보에 모두 보시하자’라고 다짐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한다면 목숨을 구할지 몰라도 몹시 가난하게 살아야 할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게 참회의 한 형태입니다. 삼보에 모든 걸 공양하면 그게 상쇄될 것입니다. 그 공양물이 늘어나서 업장의 무게를 상쇄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구해지는 겁니다. 상쇄하는 힘, 복을 짓는 겁니다. 여러분의 수명이 연장되는 겁니다.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궁핍하게 살아 뭐하게?’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누군가 법문 시간에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아주 착한 의사가 있었는데, 그는 많은 이들의 병을 낫게 했습니다. 아주 착한 사람입니다. 그는 어떤 사람이 필요로 한다면 돈도 줍니다.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뇌졸중이 왔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착한 사람한테 그런 과보가 있을 수 있을까요? 만일 그 의사가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면 왜 태어났을 땐 그런 일이 안 생기다가, 그렇게 좋은 일을 많이 한 후에나 일어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이 선한 일을 하며 평생을 보냈습니다. 그런 경우 인생의 끝에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좋은 일만 생기길 기대하나요? 선업을 많이 지었으니 나중에 여러분에게 좋은 일이 생겨서 보상받아야 한다고 믿습니까? 그런 걸 기대하나요? 대신 나쁜 일이 생기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이건 너무 불공평해’라고 말하나요? 사실 이건 업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가짐, 즉 태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만일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건 공평할까요? 불공평할까요?

출처 셔터스톡

사실 그 의사는 매우 복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 의사도 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복이 많아서 심지어 의사라는 직업을 넘어서서 많은 이를 도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일도 복을 필요로 합니다. 그만큼 그는 복이 많았습니다. 여러분에게도 복이 많다면 선한 일을 하고 싶어 할 겁니다. 복은 그런 식으로 드러납니다. 보시하면 늘 얻는 게 있습니다. 보시하는 데 생각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 의사는 자연스럽게 보시했습니다. 그건 선업 또는 복이 발현한 겁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이들에게 많이 가진 것을 많이 나눴습니다. 아주 수승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는 보시하는 동안 다른 이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습니다. 그가 누군가에게 뭘 주면, 그걸 받은 사람의 적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적들은 의사를 괴롭힙니다. 그런 상황인데도 계속 보시한다면 괴롭힘을 당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보시하면 사람들은 그걸 알아차립니다. 그래서 그들은 질투하고, 여러분을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선행하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겁니다.

그 의사는 평생 사람들을 구하고 도왔습니다. 그게 결국 그를 따라잡아서 대가를 치르게 한 겁니다. 그런 게 인생의 한 부분입니다. 여러분이 누군가를 정토에 가게 돕고 싶다면, 치러야 할 대가가 있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은 아주 많은 이들을 화나게 할 겁니다. ‘내가 저 남자를 괴롭히고 싶은데, 괴롭히기 전에 날 막아? 네가 뭔데 감히 날 막지?’ 그렇게 여러분을 향해서 화낼 겁니다. 현실을 보십시오. 그들은 여러분에게 매우 화가 나서 총구를 여러분에게 돌릴 겁니다. 선행할 때, 반드시 치러야 할 선행에 따른 대가가 있습니다. 그것이 선행의 일부입니다.

그러니까 선행을 하면서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면 그건 오류입니다. 선행할 때 나쁜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수행으로 더 발전하면 예전엔 없었던 그런 바른 견해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바른 견해가 있다면, 선행했을 때 어떤 나쁜 일이 생길 거라는 것도 보게 됩니다. 그게 복입니다. 그러니 마음을 좁게 갖지 마십시오. 좁은 마음을 가지면 자신에게 좋은 일만 생기길 요구합니다.

참고: 영화 스님의 법문 ‘잘못된 견해를 바로 잡는 것(Correcting wrong views)’(2013년 11월 3일)

 

현안(賢安, XianAn)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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