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이라는 구경 목적에 당도하기 위해서 우리는 최소한 그 방법론적인 면이 우선 강구되 지 않으면 안된다. 역대 조사스님들이나 부처님의 경우에 어떠한 방법으로 깨달음에 이르렀 을까 생각해 본다는 것은 여간 흥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깨달음의 길목에서 선결되어야 할 점이 기연(機緣)이다. 만약 석가모니 부처님이 기연을 만 나지 못했다면 종생 싯다르타 태자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역대 조사들의 경우에도 조사 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범부의 중생놀음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 아닌가.

부처님의 경우 별을 보고 깨닫는 기연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부처님을 제외하면, 무 엇인가를 보고 도를 깨닫는 형태를 취하는 경우는 찾아 보기 어렵다. 육조 혜능스님의 경 우를 살펴보고자 한다. 금강경제 10 장엄정토분에는 유명한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집착하는 바 없이 곧 마음을 내라는 말이다.

땔 나무를 하여 시장에 팔아 연명하며 살던 노씨 청년은 문자공부를 한 바가 그리 많지 않 아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경 읽는 글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였으리라고 본다. 응무소주 이생기심의 내용보다는 하나늬 소리로서 와 닿았던 것이다. 육조 스님은 분명 소리로 기연 을 만난 경우가 된다.

근세조선의 거승 서산 스님의 경우에도 어느 마을을 지나가다가 낮에 닭이 우는 소리를 듣 고 크게 깨우친 시가 있다.

머리 세어도 마음 안 센다고

옛사람 일찍이 말했던가

울음 소리 한 번 듣고

대장부 할 일을 마쳤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