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6 . 25
상태바
내가 겪은 6 . 25
  • 관리자
  • 승인 2007.09.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현행자의 목소리

그날이 일요일이었는지 아니면 여름방학이었는지는 잘 기억되지 않지만 어쨌든 우리는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 있었다.

아침에 담배벌레를 잡고 오라는 어머니 말씀에 따라 우리 삼남매는 건너마을 담배밭으로 가고 있었다.

담배밭을 가려면 마을을 가로질러 한참을 걷다가 개울을 건너 신작로를 따라서 가야 한다. 그런데 거의 중간쯤 와서 개울을 건너려고 하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다 보니 어머니께서 대문 밖에 나오셔서 손짓을 하시며 부르셨다. 그것도 꽤나 다급하게 부르셨다.

무슨 일일까 하고 궁금해하면서 뒤돌아 터덜터덜 걸어서 막 동네 고샅을 들어서는데 갑자기 무성하게 자란 콩밭 고랑에서 낯선 군인(그때는 군인으로 착각하였다.)이 머리만 내밀고 우리에게 총을 겨누면서 "왜 나와서 돌아다녀! 빨리 들어가!" 하고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우리는 기겁을 하여 집으로 뛰어왔다. 어머니는 새파랗게 질린 우리를 데리고 급히 울타리 개구멍으로 빠져 뒷산으로 숨었다. 산 속에는 이미 몇 명의 동네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산 속에 숨어서 바라보니 인민군들이 온 몸에 나뭇가지로 위장을 하고 신작로를 따라 새카맣게 밀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숨을 죽이고 숨어서 내려오는 인민군을 바라보고 있은 지 얼마가 지났을까?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인민군들은 민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