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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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운 공양
  • 관리자
  • 승인 2007.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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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는 이에게

내가 이곳 서운사에 온 지도 벌써 3년째다. 그리고 이제 2주일 뒤면 부처님 오신날을 세 번째로 맞이하게 된다.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한국절이 그렇듯이 우리절 역시 신도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매우 가족적인 분위기다. 뿐만 아니라 공양주 보살님이 따로 계시지 않으므로 제사나 불공은 본인들이 직접 음식을 준비해서 오시고 법회 때는 차례로 돌아가면서 준비한다.

초파일 음식 또한 한 가지씩 맡아서 해오고 상은 뷔페식으로 차려진다. 작년 초파일에도 좋았지만 올해는 더욱 색다른 스타일이 기대된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 서운사에는 한식은 물론이고 프랑스 음식과 일본, 이탈리아 음식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몇 주 전에는 거사님과 보살님이 낙엽을 긁어서 도량을 청소했고 토요일인 어제는 아름다운 꽃을 보면 항상 우리 부처님이 생각난다는 보살님이 손에는 자신처럼 예쁘고 아름다운 꽃상자를 들고 가슴에는 삶의 아픔과 무게를 담고 오셨다.

유아 때 영세를 받고 아예 영세명을 속명으로 가지고 있는 이제 막 불자가 된 지 4개월이 된 보살님은 벗겨진 잔디밭을 손질해서 잔디씨를 뿌리고 텃밭에는 상치와 들깨를 모종하고 들어오는 입구에는 코스모스와 몇 가지 꽃을 심었다.

나는 오며가며 한번씩 거들었다. 화려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맨손으로 흙을 고르면서 내면의 아픔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그 모습이 애처롭고 안타까웠다.

상당히 전문적인 안목을 가진 보살님의 손길이 스쳐간 도량은 점차 생기를 더해갔고 저녁 공양시간에 올려진 쑥국의 향기도 그만이었지만 나는 그 속에 담겨진 멍든 가슴 조각도 함께 느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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