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한지의 맥과 멋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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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한지의 맥과 멋살리기
  • 관리자
  • 승인 2007.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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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그늘에 살며 생각하며, 종이 연구가 김경

종이 연구가 김경(73세) 씨가 종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30여 년 전 안동 하회마을에서 였다. 한 대가댁에서 종이로 만든 요강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종이로 엮어 옻칠을 한 것인데 시집을 가는 신부의 가마에 넣어주었던 것이었다고 한다. 종이로 요강을 만들어 썼다는 것이 하도 신기해 세 번을 찾아가 겨우 그것을 손에 넣게 된 김경 씨는 그 후 전국을 다니며 종이로 만든 세간들을 수집해왔다. 노역개(한지를 일정한 넓이와 길이로 잘라 꼬아서 만든 줄로 엮어서 만듦)로 만든 대야, 요강, 촛대, 반짇고리, 빗접, 등과 신발, 지갑 등 200여 점에 이른 종이공예품들을 수집했다. 이러한 종이공예품들을 수집하고 연구 분석한 김경 씨는 차츰 우리나라 한지의 우수성과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되었다.

"우리 선조들의 높은 창의성과 예술성이 담긴 민예품들을 접할 때마다 가슴 벅찬 감동을 받곤 합니다. 전통 한지가 주는 아름다움과 그 신비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지요. '비단 5백 년 종이 천 년' 이라는 말이 있듯이 비단보다 생명이 긴 것이 종이입니다. 예로부터 우리의 한지는 유명했습니다. 송나라 때도 '고려지'를 제일로 여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고려지를 등피지(等皮紙)라 불렀어요. 질기기가 가죽과 비슷한 종이라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해요. 그런데 요즈음은 대량으로 생산되는 종이에 밀려 우리의 종이가 외면당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입니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전수하는 것 또한 과제라면 과제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이 시대의 문화로 재창조해야지요."

중국종이는 나무껍질과 풀 등의 원료를 맷돌에 갈아서 만들기 때문에 섬유가 짧게 끊겨 부드럽고 연한 반면 쉽게 찢어지는데 닥을 주원료로 만드는 우리의 한지는 원료를 방망이로 쳐서 만들기 때문에 섬유의 올이 길어 매우 질기며 종이를 떠낸 후에도 다듬이질을 정성스럽게 해 매끄럽고 빛이 난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 한지에 매료된 김경 씨는 반평생을 한지로 만든 세간을 모으고 전통 한지의 제조법과 다루는 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데 바쳐왔다.

닥종이로 만든 한지를 몇 시간 물 속에 담가 숙련된 솜씨로 주무르고 치고 두들기기를 하다보면 닥의 섬유질이 아름다워지고 광목처럼 질겨진다. 이것은 김경 씨가 나름대로 연구해낸 기법으로 '줌치기법'이라고 이름붙였다. 이런 과정을 종이바닥에 주름을 넣을 수도 있고 입체감이 생기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이는 사철옷을 만들 수도 있고, 또 세탁도 가능해진다는 것이 놀랍다. 게다가 {이조실록}에 보면 "철갑은 무겁고 차서 추위를 심하게 느끼지만 종이옷은 가볍고 따뜻하고 물에 적셔서 입으면 화살이 뚫지 못해 갑옷으로 쓰였다"고 하니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할 만하다. 1993년 '한지의 예술세계'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작품발표회엔 종이로 만든 드레스와 전통한복, 블라우스, 스커트 등 다양한 의상이 선보였다. 한매제(寒梅齊, 김경 씨가 1977년에 설립한 종이를 만드는 김씨집 당호겸 한지작업 모임) 회원들이 중심이 된 발표회였다. 이 때 전시회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세계에 전해지고 우리의 종이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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