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상태바
지도
  • 관리자
  • 승인 2007.09.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을 묻는 이에게 1

이제는 이곳 기독교의 나라 미국에서 조차 명상이나 참선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해마다 명상인구가 늘어나고 불교잡지 또한 다양해지는 것 같다.

물론 이곳 현지 사람들에 의해서 받아들여지는 형태는 종교적이기보다는 철학으로서 그리고 실제 생활에서는 하나의 수단으로인 것 같다. 아무튼 이곳 미국이나 서구에서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동양종교 특히 불교에 대한 관심은 역으로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그리고 그들의 불교에 대한 관심은 단연코 참선과 명상에 대한 관심이 지배적이다. 이렇듯 명상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그리고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에서 참선과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내 나름의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시작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어쩌면 명상과 참선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오염을 더해주는 또 다른 시도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참선이나 명상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 분명한 것은 내 자신이 아직 설익은 상태이고 채 입문에 들어섰는지 어떤지도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명상이나 선은 따로 무슨 신비한 비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가 명상이고 살아 숨쉬는 매순간 순간이 사실은 수행의 여정이라는 사실에 힘입어 선무당 사람잡는 식의 과오를 저지르고자 한다.

여러해 전에 김영삼 씨가 정치적 투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점에 자신은 이제 마음(권력욕구에 사로잡힌 마음)을 비웠노라고 해서 세간의 관심을 모은 일이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그 이후로 사람들의 마음 비웠다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그러나 알고보면 마음은 그렇게 순간에 쉽게 비워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비우는 일은 엄청난 수행이며 일생의 삶을 통해서 자기와 직면해가는 깨달음의 길이고 부처가 되는 길이다.

그렇다면 마음을 비웠다고 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비웠다는 말인가? 그들은 아무것도 비운 것이 없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하다가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좌절의 어느 순간에 하는 수 없이,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일시적으로 욕구충족을 중단하고 다시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한 것뿐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비웠다고 말하는 사람은 지금은 아니지만 때가 오면 다시 해보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마음을 비우는 일과 세속적인 욕구충족의 좌절에서 오는 일시적인 후퇴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자면 마음을 비우는 일은 오직 참선과 명상을 통한 치열한 구도의 길이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