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전통 포교극 「만석중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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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전통 포교극 「만석중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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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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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밝히는 등불, 그림자 인형극 재현해 내는 심우성, 김기종

범종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어둠속에서 갖가지 등이 켜진다. 목탁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화면의 한구석 한 사람은 처음부터 하나하나의 그림들이 나올 때마다 툭탁툭탁 소리를 내면서 발과 손으로 가슴을, 머리를 친다.

만석중〔忘釋僧〕이라고 했다. 오래 전 덕높으신 큰스님들이 자신을 낮추어 부르던 '나 같은 중이 무어 알겠수….'라는 그 말일까 싶다.

해가 뜨고 다시 떠오르고, 만석중은 그걸 보며 가슴을, 머리를 친다. 그 즈음 낭랑한 음성의 화청(和請)-요즘의 회심곡을 그렇게 불렀던 모양이다.-이 시작된다. 그 화면에 달이 떠오르고 만석중은 또 툭탁 소리를 낸다. 이어서 장생불사한다는 물, 돌, 구름, 소나무 등 십장생(十長生)의 그것들이 차례로 보여진다. 그리고 이내 나타난 그 순서로 영원불멸할 것 같던 십장생 그림들이 덧없이 사라져 가고 그걸 바라보는지 만석중은 제 몸을 치며 툭탁 소리를 낸다.

그리고나면 커다란 잉어가 나타나고 또 용이 나타나고 둥그런 여의주를 서로 입에 물려는지 이리저리 여의주를 쫓아다니며 요동을 친다. 제 몸을 치는 만석중의 툭탁 소리가 들려오는 것 또한 틀림없고 화면 앞에서는 스님이 나와 음향〔梵唄〕에 따라 춤을 춘다. 불교의식무용인 '운심게작법(運心偈作法)'이라고 한다. 경봉 큰스님은 이 춤을 일컬어 '큰물고기 어항속에 노니는 자태….'라고 했다.

스님의 운심게작법도 사라지고 그즈음 만석중은 또한번 툭탁 소리를 선사하며 다시 처음처럼 하나하나 등의 행렬이 시작된다.

지켜보는 관중들에게 대사는 한마디도 없이 진행하는 이 그림자 인형극 '만석중놀이'는 1920년대까지 사월초파일을 즈음해 사찰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대중포교의 한 방편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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