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태양에서 학이 날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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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 태양에서 학이 날아오다
  • 관리자
  • 승인 2007.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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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의 불심(佛心)

   무위자연의 조화 속에서

  번잡함을 떨치고 한 생각 편히 쉴 수 있는 곳 --- 통도사(通度寺) 축서암(鷲棲庵) 잡화선원(雜華禪院)에 따사로운 봄 햇살이 흠뻑 내린다. 이따금 산자락을 매끄럽게 타고 내려온 바람이 상쾌한 풀내음을 풍기며 뜰 앞을 지나간다. 어디선가 몇몇 뮛새들이 한가로이 날개를 파득 이거나 무심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무위자연의 조화 속에서 노송(老松)을 벗 삼아 청풍(淸風)에 몸 씻고 동안(童眼)의 하늘에 마음 맑히면서, 부처님의 거룩한 빛을 따라 묵묵히 수행의 길을 걷고 있는 수안(殊眼)스님.

  틈나는 대로 시를 짓고 선화(禪畵)를 그리고 전각(篆刻)을 하는 스님을 사람들은 중맷돌 혹은 학승(鶴僧)이라고 반가이 부른다. 아마 다정다감하면서도 고고한 성품 탓이거나 스님이 그린 선화에 유난히 많은 학들이 자유롭게 훨훨 날고 있기 때문이리라.

  수안스님의 불심(佛心)은 이웃과 자연에 깊이 자리한다. 누구보다도 이웃(스님에게 이웃 아닌 사람이 있을까)을 사랑하고 자연을 아끼는 것이다. 어느 누구, 그 무엇이라도 허물없이 동화하는데 부지런하다. 하찮은 분별이나 욕심을 버리고 빈 마음으로 서로서로를 힘껏 밝힐 때, 어찌 정토(淨土)가 따로 먼 곳에 있겠는가. 그렇기에 선창(禪窓) 앞 파초 잎사귀에 후둑이는 빗방울 소리, 찻물 끓는 소리조차 그대로 수안스님의 님이 되는 것인가 보다.

  스님은 차 한 잔을 정갈하니 따르며 해맑은 웃음 빛을 띤 채 조용히 노래한다.

  고목 감나무에 홍시 몇 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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