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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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외로움
  • 관리자
  • 승인 2007.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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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심연작소설

 혜심사(慧深寺)를 다녀오는 강여사 마음은 착잡했다. 인간속에 내재해 있는 잔인성을 다시 한번 확인 한 것 같은 기분이어서였다. 아름드리 정자나무가 있으면 사람들은 모두 그 정자나무 밑으로 모여든다.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아픈 다리를 쉬기 위해...나무 밑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사정은 각각 다르지만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고통을 덜고 싶다는 공통된 욕망을 지니고 있다. 하기때문에 그들 눈에는 정자나무 옆에 서 있는 잡다한 나무들은 아예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정자나무 밑으로, 정자나무 밑으로만 몰려가고자 아우성치는 것이다. 스님과 신도들의 관계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큰 스님이라고 일컬어지는 스님 곁에는, 늘 신도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그들은 천리길도 불사하고 달려와서 그 스님을 친견하고자 갖은 애를 다 쓴다. 큰스님을 친견하기만 하면 삶의 새로운 지혜도 얻을 수 있고 자신들의 고달픈 인생살이도 위로 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큰스님 이외의 스님들에 대해서는 애시당초 관심을 가지려고도 하지 않는다. 마치 정자나무가 아니면 비바람을 피할 수도 아픈 다리를 쉴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처럼.

 강여사가 오늘 뵙고 온 혜심사 수한스님도 말하자면 정자나무 옆에서 있는 미류나무 같은 스님이다. 하기때문에 그 스님은 늘 외롭고 쓸쓸하다. 강여사가 수한스님을 처음 뵈온 것은 5년전 쯤 일이다. 평소 존경하던 큰스님을 뵈올려고 강원도에 있는 절로 갔을 때 수한스님은 법당뒤에서 풀을 뽑고 계셨다. 그땐 강여사도 다른 신도들처럼 큰스님을 뵙는 일 이외엔 별다른 관심이 없었으므로 그 스님한텐 그냥 가볍게 합장만 하고 옆을 스쳐갔었다. 그와 비슷한 일은 그 이후로도 몇번 반복되었다. 강여사가 절에 가보면 수한스님은 대개 마당가에서 풀을 뽑거나 아니면 화단을 손질하고 계셨다. 그러면 강여사도 전처럼 가볍게 합장만 하고 스님옆을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런 3년후쯤 입춘이 가까워졌을 무렵이었는데 강여사는 공연히 마음이 산란해져서 큰스님이나 한번 찾아 뵈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강원도에 있는 그 절로 갔다. 집을 떠날때부터 희끗희끗 내리기 시작한 눈발은 얼마쯤 가자 함박눈으로 바뀌면서 삽시간에 온 산천을 장관속으로 휘몰고 갔다. 강여사는 황홀한 도취감 속으로 빠져들며 차창밖을 내다보았다. 검은 오리가 백조로 환생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경이로움이었다. 절입구에서 내린 강여사는 절에이르는 계곡을 바라보았다. 계곡위로 난 오솔길엔 사람발자국 하나 나 있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강여사는 자신의 발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부츠를 신고 오긴 했지만, 목이 짧아서 발을 한발만 내딛어도 신 속으로 눈이 쏟아져 들어왔다. 절까지 갈일이 난감했다. 난감하다는 감정은 알 수 없는 공포감까지 몰고 왔다. 그 때 어디에선가 쟁기 소리가 들려왔다. 강여사는 불안해지는 마음을 애써 달래며 가만히 앞을 바라보았다. 날리는 눈발속에서 아득히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혹시....."

 강여사는 다가오는 사람이 혹시 스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주위 깊게 앞을 주시했다. 쿵쿵 심장 뛰는 소리는 똑딱 똑딱하는 시계소리로 들렸다. 얼마큼 그렇게 서 있자 눈발속이긴 하지만 사람모습이 확실하게 보였다. 수한스님이 나무 삽으로 눈을 치며 내려오고 계신게 틀림없었다.

 "스님."

 강여사는 순간적으로 모든 공포감에서 놓여나며 큰 소리로 스님을 불렀다

 "..........."

 그러자 눈을 치던 스님을은 허리를 펴며 계곡밑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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