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3위, 리마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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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3위, 리마의 웃음
  • 관리자
  • 승인 2007.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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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나의 열정은 당신의 여름보다 뜨겁다

2004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9월이 가까웠지만 그래도 한낮의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여름 내 더위에 시달린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그러나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으므로 마음 놓고 드러누울 만한 여유도 없었다. 여름방학 동안 수험생들의 초조함과 짜증은 극에 달한다. 선생으로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학생들을 다독이고 격려하는 일밖에는 없다. 나는 학생들의 고단함을 받아주는 샌드백이 된다. 그렇게 샌드백으로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피로감과 무력감에 짓눌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날 밤에도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파김치처럼 축 처져 텔레비전을 켰다. 아테네 올림픽 마지막 날, 마라톤을 중계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화면을 쳐다보았다. 이미 경기는 종반을 향해가고 있었고 깡마르고, 작고, 까무잡잡한 선수가 단독으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2위와의 차이가 꽤 나 있어서 이변이 없는 한 브라질의 리마 선수가 1위를 할 것 같았다.

마라톤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도요새가 생각난다. 제트기로도 12시간은 걸리는 거리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날아간다는 새. 이 새는 비행이 끝날 때쯤이면 몸무게가 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마라토너의 군살 없이 마른 팔다리가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먼 거리를 씩씩하게 비행하는 도요새가 떠오르곤 했다. 마라톤은 언제 봐도 마음을 울리는 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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