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나의 열정은 당신의 여름보다 뜨겁다
그날 밤에도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파김치처럼 축 처져 텔레비전을 켰다. 아테네 올림픽 마지막 날, 마라톤을 중계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화면을 쳐다보았다. 이미 경기는 종반을 향해가고 있었고 깡마르고, 작고, 까무잡잡한 선수가 단독으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2위와의 차이가 꽤 나 있어서 이변이 없는 한 브라질의 리마 선수가 1위를 할 것 같았다.
마라톤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도요새가 생각난다. 제트기로도 12시간은 걸리는 거리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날아간다는 새. 이 새는 비행이 끝날 때쯤이면 몸무게가 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마라토너의 군살 없이 마른 팔다리가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먼 거리를 씩씩하게 비행하는 도요새가 떠오르곤 했다. 마라톤은 언제 봐도 마음을 울리는 데가 있다.
월간불광 과월호는 로그인 후 전체(2021년 이후 특집기사 제외)열람 하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불광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