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족이고, 목숨은 하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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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족이고, 목숨은 하나잖아요”
  • 관리자
  • 승인 2007.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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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지난 2월, 17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여인이 있다. 친구를 따라 일본에 간 이정애(53세) 씨는 유흥업소에서 일을 했다. 목적은 단지 하나였다. 돈을 벌어 시각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이었다. 그러나 생각처럼 돈은 모이지 않았다. 그쪽 시스템 자체가 돈을 벌 수 없다고 한다. 좋은 업주를 만나지 못하면, 일을 해도 돈을 제대로 받기 힘들다. 게다가 불법체류자로서, 단속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 한두 달간 일을 쉴 수밖에 없다. 또 옷이나 화장품 등을 사는 생활비도 만만치 않으니, 빚을 안 지고 사는 것만도 다행이었다.

생활에 쫓기다보면 어머니에게 대여섯 달 동안 연락을 취하지도 못했다. 외롭고 힘들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해 그저 포기하고 일본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연락도 점점 뜸해졌다. 어느새 17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그러던 지난 해 10월 입 천정에 조그만 상처가 났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였다. 그런데 상처가 호전되기는커녕 점점 커져나가, 종합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아보니 구강암이었다.

더 이상 일본에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치료비도, 병간호를 해줄 사람도 없었다. 치료를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귀국을 해야 했다. 가족들이 외면하면 어쩌나 두렵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그 동안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겠냐”며 따뜻하게 맞아주었지만, 어머니는 안 계셨다. 귀국을 앞둔 바로 한 달 전, 뇌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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