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밭에 앉을까, 폭포 아래 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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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밭에 앉을까, 폭포 아래 앉을까
  • 관리자
  • 승인 2007.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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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사찰기행-몸도 마음도 시원한 밀양 재약산 표충사(表忠寺)

밀양이 뜨고 있다. 영화배우 전도연 씨가 영화 ‘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여파다. ‘빽빽하고 충만한 햇볕’의 뜻을 가진 밀양(密陽)을 ‘Secret Sunshine(비밀의 햇빛)’이라는 탁월한 감각으로 풀어내, 인구 11만의 소도시 밀양에 새로운 상징과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밀양으로 가는 길, 그 수상한(?) 햇빛에 대한 특별한 기대감으로 머릿속으로 수많은 의미를 부여해본다. 도착도 하기 전, 이미 스스로 도취되어 우주의 영감을 얻을 것도 같다.

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현실로 돌아온다. 한낮 강렬한 햇살에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홀로 꿈속의 환영(幻影)을 만들었다가, ‘밧줄도 없는데 스스로 묶인[無繩自縛]’ 꼴이다.

목적지인 표충사로 가기 전 산내면의 매실농장에 들렀다(66쪽 사진 참조). 농장에 오르는 길, 마음이 확 풀린다. 이대로 좋다. 농장 주인할머니는 “볼 것도 없는 요즘 왜 왔냐”며 타박이지만, 쓰러져가는 고택(古宅) 담벼락에 활짝 피어있는 접시꽃이며, 길을 없애버린 하얗고 노란 들꽃 천지, 곳곳에 빨갛게 빛을 발하고 있는 산딸기, 수확 철을 맞아 탐스럽게 익은 매실이 높이 솟아있는 앞산을 배경으로 모든 생각을 지워버리게 한다. 도심의 일상을 벗어난 이에게 시골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안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할머니는 자꾸 감과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가을에 꼭 오라고 신신당부하신다.

죽림사, 영정사, 그리고 표충사

매실농장을 나서, 아무리 더운 여름날이라도 물 속에서 30초 동안 버틸 수 없다는 얼음골을 지나 표충사에 이르렀다. 일주문에 들어서자 수령이 족히 수백년은 되어보이는 700여 그루의 소나무들이 긴 터널을 이루며 그윽한 솔향기를 뿜어낸다. 소나무 그늘을 벗어나자 햇살의 술렁임 속에 중문 격인 수충루를 앞세워 표충사가 대찰(大刹)의 면모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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