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늘은 얼마만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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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늘은 얼마만한 것일까
  • 관리자
  • 승인 2007.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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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고속버스를 타고 오는데, 뒷자리에 앉은 두 남자가 계속 말을 주고 받았다. 한 쪽은 노년이고 다른 한 쪽은 중년이었다. 그들은 그들이 이장을 하고 온 여자의 무덤과 그 분의 행적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노년 쪽으로서는 어머니요, 중년 쪽으로서는 할머니인 셈이었고, 그들은 서로 삼촌 조카의 사이였다.

  『동네 안이나, 문중 안에 손톱만치도 서운한 사람이 없게 살림을 해 왔다면서요? 흉년이면 종을 시켜서 굶어죽지 않도록 양식을 나누어 주고, 동네 사람들이나 문중 사람들 가운데서 시집가고 장가가고, 또 초상이 나거나 제사를 지낼 때는 그에 알맞도록 다 마음을 쓰고, 들 일을 할 때는 일꾼들 입맛에 맞는 음식을 갖추갖추 장만해서 내고....』

  『그런데 당신은 살림을 늘리시지는 못하셨네. 당신의 시어머니는 얼마나 맵고 짜고 똑똑하셨는지, 해마다 전답을 늘리고, 동네 사람들이나 문중 사람들이 수틀린 짓을 하면은 불러다가 코가 납작해지도록 나무래고, 수절과부로 살아오면서 남자 못지 않게 집안을 일으키셨더라네. 당신은 아마 그러한 시어머니 밑에서 살면서 생각하는 바가 많으셨던 모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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