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

 선병(禪病)이라고 하는 것은 선을 하다가 병을 얻었다는 말이 아니고 공부를 하는데 비뚜로 하는 것 잘못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보통 병통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 사람 그게 병통이야"하면 그것은 참선을 잘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선이라고 하는 것이 참으로 말로 할 수 없는 것이고 내 눈을 볼 수 없듯이 절대적인 자기 생명이어서 대상화할수 없는 것입니다. 내 눈이 있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분명하게 있지만 이것은 대상화 해서 따로 놓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절대적 주체적 생명, 절대적인 신뢰, 이 도리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 전면현전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선이라고 그럽니다. 선은 이런 것이다 하고 하면 그것은 말을 통해서 생각 가운데서 개념화한 그림자이지 선(禪)은 아닙니다. 마치 코끼리와 장님들 이야기처럼 자기가 만져 본 부분에 대한 단편적인 상상밖에 안 됩니다. 다리를 만졌든지 코를 만졌든지 배를 만졌든지 부분적인 장님의 느낌밖엔 안 됩니다. 선이 어떤 것이라고 하고 말을 하지만 이렇게 말로 해서 귀로 듣고 생각으로 정리하여 이런 것일 것이다하고 이해하고 있는 것은 이것은 가짜입니다. 말한 것도 가짜이고 귀로 들은 것도 가짜이고 생각으로 정리한 것도 가짜입니다.

 그래서 이런이라고 하고 지식이라고 하는 그 모두는 마음에 그려진 환상에 불과한 것입니다. 마음이라는 것도 내가 마음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한은 그것은 그림자입니다. 선은 대상화할 수 없는 절대적이고 주체적인 진리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합리적인 논리를 통해서 이해합니다. 합리적인 이해가 없으면 긍정이 안 되고 또 긍정적으로 승복하지 않는 한 결정적으로 행할 수 없는 약점도 우리는 갖고 있습니다. 무조건 마음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어리석고 곰 같은 사람이라고 할지는 몰라도 그 사람이 가장 지혜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스님네들 이름을 보면 어리석을 우(愚)자를 쓰는 것을 종종 발견합니다. 사람의 이름을 지을 때 지혜 혜자를 써도 시원치 않는데 어리석을 우자를 왜 썼나 그러실 것입니다. 대우(大愚)스님은 어리석어도 보통 어리석은 게 아니라 크게 어리석다는 뜻입니다. 곰 같은 스님이다 그런 말입니다. 조사 스님 가운데도 그런 이름을 가지신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우가 무슨 뜻이냐 하면 분별심이 끊어진 순순한 본심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가장 지혜스러운 스님입니다. 우리들은 불가불 합리를 통해서 인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조직을 갖고 있어서 선은 이런 것이다 저런 것이다 하고 말을 하지만 그것은 방향을 잡아가기 위해 부득이 그러는 것이지 그것을 갖고는 '실상어'라고하는 참 진리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하겠습니다.

 선병이란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거기다 이것 저것을 붙이면서 얻기 위하여 여러가지 방법을 쓰는 것을 말합니다. 나에게 있는 선이라고하는 절대적 주체적 생명은 그 자체로서 이미 있는 것을 의심치 않는데서 오는 것인데 자기가 머리로 생각해서 꾸며 가지고 요것이 진리다 요렇게 하면 되겠다 하는 식으로 꾸며서 하렬는데서 병이 생기는 것입니다. 선병은 모두 알려고 하는데서 부터 나옵니다. 안다고 하는 지식은 무한절대의 생명을 통채로 먹는 것이 아니라 쪼가리를 내어서 먹는 방식입니다. 지식으로 이해하고 이것이 불법이다 하고 이론으로 알고 있는 한은 산 실체를 통채로 못먹는 것입니다. 지식과 이론을 갖고는 산 생명을 못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 조사스님들이 말로 하고 지혜로 꾸미려고 하면 한 방씩 먹인 것입니다. 생각 길이 끊어지고 말 길이 끊어진 데서 진실은 확 나타나는 것입니다.

 나옹 스님이 누이동생한테 보낸 편지가 유명합니다. 이 글은 스님들이 절에서 염불할 때 항상 외우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미타불이 어디 있는가

마음머리에다 딱 붙여두고 부디 잊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