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의 법에는 없으나 신의 법에는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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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법에는 없으나 신의 법에는 있는 것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1.2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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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 철학적 화두로 삼는 그리스 고전비극
그리스 고전비극은 서양문학의 원류이다. 지금까지도 서양에서 매우 중요하고 높은 장르적 지위에 있는 것이 연극인데, 이는 서양문학 최고 반열에 있는 작가가 셰익스피어나 괴테, 브레히트, 체홉 같은 작가라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른 장르를 겸업하기도 했으나 이들의 가장 중요한 작품들은 바로 연극 대본이었다. 이는 동양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연극이 고급문학으로 취급되지 못했던 점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요약컨대 서양의 문학을 이해하려면 연극을 이해해야 하며, 이러한 전통의 기원은 바로 그리스 비극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스 고전비극은 단지 문학사에 한정된 장르가 아니다. 서양의 위대한 사상가들은 대부분 자신의 철학을 독자적으로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그리스 고전비극을 자기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일을 필수적인 과제로 삼았다. 헤겔이 안티고네를, 프로이트가 오이디푸스를, 키에르케고어가 아가멤논을 철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청년 니체는 아예 자신의 사상 자체를 그리스 고전비극의 음악정신을 바탕으로 ‘디오니소스의 사상’이라고 명명하였다. 이 엄청난 서양의 현대철학자들은 도대체 왜 그리스 고전비극을 그들의 철학적 화두로 삼았을까. 이들이 단지 서양 현대철학자일 뿐 아니라, 이들의 사고가 사실상 오늘날 ‘보편’이 되어버린 ‘서구적 현대성’의 핵을 이룬다는 점에서, 그리스 고전비극은 서양정신의 정수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현대성의 핵심을 이해하는 데에도 대단히 중요한 작품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고전’이란 말이 단순히 ‘옛것’이라는 말이 아니라 ‘보편성’을 담지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면, 기원전에 출현하여 현대의 전위적 사유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계속 재해석되고 있는 이 희귀한 작품이야말로 고전 중에 고전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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