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궁금증에 대한 끝없는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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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궁금증에 대한 끝없는 유혹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5.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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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

| 마음을 훔쳐간 이야기
『춤추는 인형의 비밀』. 세상에 인형이 춤을 춘다니! 하지만 곧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바비인형이나 곰인형이 춤추는 건 줄 알았는데 춤추는 형상처럼 보이는 암호 문자 이야기였다. 하지만 묘하게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속고 속이는 것이 이야기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책 밖으로 훌쩍 뛰어나와 나까지 홀딱 속여먹지 않았는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돈이 생길 때마다 모으고 모아 한두 권씩 추리소설을 사 모았다. 어떤 것은 너무 아까워서 무려 두 달을 묵혔다가 읽기도 했다. ‘다 읽어 버리면 대체 무엇을 읽지?’ 하는 이 불안한 조급증은 도저히 다 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소설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돌이켜보면 이젠 도저히 300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지갑을 여는 것이 조금도 아깝지 않다. 오히려 열린 지갑에서 마음까지 훔쳐갈 기막힌 이야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 공연한 두려움이 밤낮 괴롭힐 뿐이다. 의문을 푸는 방법과 과정의 재미에 흠뻑 빠져 본 사람은 다 안다. 그게 무엇인지 말이다.
어느 날 우연히 영국 드라마 ‘셜록’을 보았다. 솔직히 놀랐다. 첨단과학기법으로 무장한 CSI가 수사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요즘에 케케묵은 탐정을 살려냈던 것이다. 냉철한 관찰과 분석만으로 첨단과학장비 모두를 하찮게 만드는 놀라운 탐정의 활약. 냉철하다 못해 정나미 떨어지고, 무신경하다 못해 독선적인 이 놀라운 천재에게 환호하는 내내 나는 한 인물이 떠올랐다. 셜록 홈즈가 모델로 삼았던 선대의 탐정, 역사상 최초의 탐정, ‘오귀스트 뒤팽’.
에드거 앨런 포가 뒤팽을 창조하지 않았다면 셜록은 물론 추리소설이란 것 자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셜록은 알아도 뒤팽은 잘 모른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뒤팽은 단지 세 편의 짧은 단편에만 나오고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잘 생각해 보면 포는 이미 뒤팽에 대해서 충분히 할 말을 다한 것도 같다. 뒤팽이 등장하는 세 번째 소설이자 마지막 소설인 『도둑맞은 편지』의 기묘한 내용처럼, 뒤팽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를 보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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