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열면 샘물처럼 퐁~퐁 솟아나는 독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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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열면 샘물처럼 퐁~퐁 솟아나는 독경소리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11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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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인스님들의 독경과 논강

| 배움으로써 학인의 본분을 다하다

저녁예불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학인 스님들도 안행(雁行, 질서정연한 기러기 행렬처럼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해서 화엄반은 설현당, 사교반은 금당, 사집반과 치문반은 청풍료로 돌아갔다. 가사와 장삼을 벗고 자리에 앉는 동안, 법당 가까운 건물부터 논강 게송이 은은히 들려온다. 경을 외는 저녁입선入禪시간이다. 여래 입 열반如來入涅槃이근삼천재近三千載라명역수감命亦隨減하니 기유하락豈有何樂이리요. 당근 정진當勤精進하되여 구두연 如救頭燃하고 단념무상但念無常하 야신 물방일 愼勿放逸이어다. 나무아미타불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지 어언 삼천 년이 지났지만, 그분의 가르침에 따라 살고자 삭발염의 했으니 어찌 게으름을 피우리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목숨,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공부해서 기어코 깨달음을 이루겠습니다. 방일하지 않고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하며 새삼 마음을 다잡는다.

강원에 살면서 하게 되는 예불, 운력, 공양, 입선....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초발심 학인의 본분은 역시 배움이다. 부처님의 말씀인 경전을 배우고자 입학한 강원이므로 입선 시간은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입선 시간에 논강을 통해 다음날 배울 경전의 내용을 미리 공부하기 때문이다. 논할 논論, 강할 강講, 강원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집단 토론을 통한 자율적 예습이다. 논강을 시작하면서 학인은 비로소 학인으로서 대접 받는다. 그래서 치문반이 첫 논강을 하는날엔 상반스님은 물론 어른스님도 자리를 함께 하여축하해준다. 어른스님과 상반스님 앞에서 논강을 해야 하는 첫 논강자 스님들은 부담스럽고 힘겹겠지만, 그만큼 논강은 강원에서 중요한 일이다. 첫 논강날엔 상반스님들이 주는 축하 선물이 한 아름이다.학용품이나 소소한 생활용품을 주로 선물하지만, 그중 가장 특별한 선물은 발기통發起桶과 논강일지다.논강에는 두 스님이 필요한데 한 명은 저녁 입선시간에 반 스님들 앞에서 경을 미리 해석할 발기發起스님이고, 다른 한 명은 다음날 수업 시간에 강사스님 앞에서 경을 다시 한 번 새길 중강中講스님이다. 이두 스님을 결정하는 데 발기통이 필요하다.

발기통은 앞뒤가 막힌 대나무 통의 한 마디를잘라 한쪽 부분에 작은 구멍을 뚫어 반 스님들 숫자만큼의 산가지(대나무를 가늘게 다듬어 번호나 표식을 해둔 것)를 넣어두는 통이다. 논강에 앞서 발기통을 흔들어 두 개의 산가지를 뽑는다. 먼저 나온 산가지에 표시된번호의 스님이 발기스님이 되고, 뒤에 나온 산가지번호가 중강스님을 정한다.

저녁 입선 시간, 예불을 끝내고 돌아온 학인들은 줄맞춰 가지런히 들여놓은 경상(經床, 경전을 올려놓는 책상) 위에 독서대를 펼치고 경전을 올려놓는다. 다함께 합장을 하고, 앞에 앉은 입승스님이 죽비를 치면 그와 동시에 위의 게송을 합송合誦한다. 게송이 끝나면 경전을 함께 독송하고, 각자 자신의 공부를한다. 정해진 시간이 되어 입승스님이 힘차게 죽비를 한번 치면, 바로 논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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