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아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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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아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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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화에선가 이혼한 전처가 현재의 부인에게 어떻게 그런 남자와 사느냐고 이상하다는 듯이 묻는다. “예를 들어 치약 짜는 것도 그래요. 항상 중간부터 짜잖아요. 그것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어요. 그거 짜증 안 나요?” 현재의 부인이 대답했다. “그이가 그래요? 몰랐어요. 우리는 치약을 따로 쓰거든요.”

 
| ‘자아’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치약 쓰는 습관 때문에 이혼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지만 현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자아’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보여준다.

치약을 끝부터 사용하는 아내는 튜브 중간을 푹 눌러 사용하는 남편에게서 자기의 세계를 공격받은 느낌을 받는다. 반대로 남편은 잔소리하는 아내로 인해 자기를 무시한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들은 치약 튜브 짜는 습관에 대한 지적을 자기 자신에 대한 지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공격받은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지만 부부 사이에서는 매우 고통스럽게 느껴지는데, 서로 깊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서로 큰 상처를 받고 으르렁거리다가 급기야 이혼까지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아’는 무언가 거창하고 형이상학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자아’는 치약 튜브 사용 습관과 같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과 관계 맺는 방식이나 습관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작은 습관을 지적해도 자기를 부정했다고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 습관이라는 녀석은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아내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치약 튜브의 끝부터 사용하려고 생각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습관대로 중간을 푹 눌러버려 다시 아내의 잔소리를 듣게 된다. 그뿐만 아니다. 습관은 우리가 다른 사람이나 사물과 관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상대가 바뀌어도 같은 패턴으로 행동하게 된다. 치약을 끝부터 사용하는 사람은 매사에 꼼꼼하게 정리하는 반면, 중간부터 사용하는 사람은 다른 물건도 대충대충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알아차림 명상을 하면 무의식으로 가라앉은 습관적인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일 뿐인데, 우리는 그 싫고 좋음을 우리 자신이라고 여긴다. 내가 매달려 있는 생각과 행동, 관계의 패턴을 알아차림으로써 그것들이 나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되면 누군가가 나의 습관을 지적하더라도 나를 부정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고통을 받지 않는다.

 
| 은유를 통해 드러나는 나의 무의식

은유를 통해서도 우리의 행동과 관계의 패턴을 알 수 있다. 은유는 구체적인 사물과 사람을 보여주지 않는 대신, 그것들과 관계하는 패턴을 보여준다. 또한 은유의 모호성과 다의성을 통하여 은유를 전환시킴으로써 새로운 관계의 패턴을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하여 힘들이지 않고 습관을 바꿀 수 있다. ‘은유와 마음’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 중에 자기 자신을 저금통장에 비유한 참가자가 있었다. 50대 중반의 이 중년 여성은 돈이 들어오고 나가지만 항상 잔고가 0인 저금통장이라는 은유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들어온 것과 나간 것 중 가장 좋았던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는 나간 것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용기를 내어 자기 자신에 대하여 이야기한 것이고 들어온 것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은 것과 차분해진 것, 절에 다니면서 안정적으로 봉사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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