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에 띄워 보내는 주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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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에 띄워 보내는 주례사
  • 불광출판사
  • 승인 2012.07.2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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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스님의 병 주고 약 주기



지망없이 행복한 예비 신랑, 원민 군에게
결혼식을 임진년 78일 거제도에서 한다구. 반가운 소식을 접하고는, 축하인사를 들떼놓고(꼭바로 집어 말하지 않고) 뭐 그렇게 험난한 고행의 길을 가려하느냐며 역설적으로 건넨 기억이 있네. 이 뜻 깊고 특별한 날에 자네에게 줄 선물을 톺아보며(샅샅이 더듬어 가면서 살피며) 고민했었다네. 축의금, 다구, , 그림 등 많은 것을 생각해보았지만 그리 마땅치가 않더라구. 내 마음을 담은 그 무엇을 주고 싶은데. 그래서 자네가 하는 일을 생각해보니, 지금 사회복지 일을 하고 있더군. 그래서 자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걸맞은 의미를 얹어주는 선물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네. 문득 떠오른 게 유마경말씀이었네. 유마경』「불국품은 대략 다음과 같은 요지로 보살의 길을 말하고 있다네. 

중생의 국토야말로 보살이 추구하는 부처님 나라이다. 허공에 집을 지을 수 없듯이 우리들의 평화와 행복의 이상세계는 중생이라는 삶터를 떠나서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불국토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정직한 마음씀이 불국토이다. 자기 삶을 정화하고 성숙시키는 수행이 불국토이다. 그리고 비움과 나눔, 자기 삶의 질서를 세우는 일, 선행을 실천하는 일, 인내하고 온유한 일상의 삶, 자비심의 실천이 불국토이다.

잘 알다시피 유마경의 주인공인 유마 거사는 세속의 사람이네. 세속에 살지만 욕망과 번뇌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맑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재가불자이지. ‘중생이 아프기 때문에 보살이 아프다고 하며 큰 연민과 자애로 이웃의 행복을 위해서 다양한 방편행을 몸소 실천하는 대승보살이라네.

원민 군.

세속은 결혼이라는 의식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희비와 고락을 함께 겪으면서 살아가는 삶터라네. 다시 말해 중생의 국토인 게지. 그러기에 안락과 행복은 희비와 고락이 함께 있는 중생의 삶터에서 씨 뿌리고 꽃 피우며 열매가 맺어지는 것이라네. 안락과 행복은 그저 애틋한 감정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겠지? 서로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네. 그렇다면 모듬살이(사회생활)의 가장 근원을 이루는 가정이야말로 수행과 보살행을 실천하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 터이지. 세속에서 그러한 삶을 이루어낸 분이 바로 유마 거사라네. , 자네와 동행하는 벗이 김현혜 님이라고 했던가. 김원민과 김현혜는 바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유마의 삶을 추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 우리 이웃을 위하는 사회복지 일을 하고 있으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네.

그래서 유마 거사의 뜻을 나의 주례사에 담았다네. 여섯 개의 시와 더불어 그 시의 말미에 내 생각을 덧붙였네. 이 새김꺼리가 드팀없는(틈이 생기거나 틀리는 일 없이, 흔들림이 없는) 사랑으로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의 삶을 옹골지게 하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첫째 마당

인연 - 인생의 참된 가치는 만남에 있습니다

 한 사발 정화수에 새벽별이 눈을 뜨면
전생의 꿈길을 밟고 내게로 오시는
종소리 하늘과 땅을 열어 풀꽃 세상 피웁니다.

그리움 빗장을 열고 한 우주를 맞이합니다.
긴 세월 뿌리 깊이 싹을 틔운 바람 하나
우리는 한 그루 소나무, 생명입니다 영원입니다.

오늘 이 시각 여기에, 오롯한 사랑으로 서 있는 두 사람은 여러 생의 소중한 인연이 다시 만나 한솔(부부)이 되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만남은 결코 우연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옷깃 한 번 스쳐도 삼천 생의 인연이라 했으니 한솔의 인연은 그 어떤 인연보다도 귀하고 귀한 것입니다. 인생의 전 과정은 만남, 그 자체입니다. 서로의 마음과 가치, 서로의 이상과 노력이 개성과 조화를 이루어 만날 때, 두 사람은 진정한 영혼의 동반자로 한 세상을 열어갈 것입니다.

 

둘째 마당

사랑 - 사랑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내 눈빛 가는 길에 어느 누가 서 있는가

내 마음에 비친 그대 누구의 얼굴인가

사랑은 이심전심으로 한 줄 시를 쓰는 일

 

내 안의 나를 비워 너에게로 가는 길에는

땡볕 아린 한낮에도 갈대꽃이 눈부시고

한겨울 매운바람에도 매화향기 뿜어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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