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공개적으로 토론회를 연 불교계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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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공개적으로 토론회를 연 불교계의 용기
  • 관리자
  • 승인 201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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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봉은사 토론회’의 의미와 성과, 그리고 향후 과제

지혜로운 해결의 물꼬

잿빛 가사를 입은 스님이 이단 옆차기로 난다. 몽둥이를 휘두른다. 94년에 또 몇 년 뒤에 세계의 TV화면을 장식한 장면이다. 세계가 한국불교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많아서 그런 화면을 내보냈을까? 잿빛 가사와 삭발이라는 출세간적 모습과 대조되는, 너무도 선명한 폭력성이 그토록 선정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의 봉은사 문제도 그렇게 될 소지가 충분히 있었지 않았을까? 총무원에서는 합법성만을 내세워 밀어붙이고, 봉은사에서는 ‘우리 스님 지키기’로 철옹성을 쌓고 지켰다면 봉은사 앞에서 한바탕 활극이 벌어졌을 법도 한 일이 아니었을까? 많은 불자들이 그러한 사태를 예견하고 우려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4월 3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된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관한 토론회’는 그것이 성립되었다는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다 할 수 있겠다.

많은 미디어들이 “서로 다른 입장만 확인하였다”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했지만, 그것은 불교계 사정을 잘 모르는 소치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시각에서는 “어떤 종교가 자기의 치부를 공개적인 마당에서 그렇게 터놓고 이야기했는가?”를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봉은사 문제는 불교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교계의 성숙한 모습과 용기를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는 우선 조계종 총무원의 유연한 대처가 큰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형식상으로 중앙종회, 원로회의, 본사주지회의 등의 결의와 지지를 받고 있다는 명분이라면, 충분히 그대로 밀어붙이기를 할 법한 것이 이전의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사태로 몰고 가지 않고 지혜로운 해결의 물꼬를 튼 것은 분명 큰 결단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봉은사 측에서도 먼저 토론회를 제의하는 등 해결의 실마리를 열었고, 그것을 수용한 총무원의 용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소중한 성과라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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