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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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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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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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유희(禪語遊戱)

꽃길로 / 꽃을 밟고 / 나는 돌아가네

한하운(韓何雲, 1919~1975) 시인의 ‘답화귀(踏花歸, 꽃을 밟으며 돌아가다)’의 한 구절이다. 중국 북경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관료였지만 뜻하지 않게 찾아온 나병 때문에 좌절했다. 하지만 그런 현실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켜 아름다운 시를 여러 편 남겼다. ‘벚꽃 지는 밤에 돌아가고 싶다’는 글 속에서 생사관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아무래도 일본 시[和歌]를 빼고서 벚꽃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이교(西行 1118~1190)는 ‘백조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절명시(絶命詩)처럼 비장한 시를 남겼다.

“원컨대(벗)꽃나무 아래에서 봄날 죽고 싶구나”

그는 헤이안(平安, 794~1185) 시대의 유명한 시인이며 또한 승려로서 벚꽃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그 시처럼 흩날리는 벚꽃 잎 속에서 죽어갔다는 전설을 남겼다. 열반 후 540년이 지난 어느 날 홍천사(弘川寺, 비로가와데라)에 머물던 후학이 그의 묘를 발견했다. 무덤 둘레에 일천 그루 벚꽃나무를 심어 마음으로 조의를 표했다. 이후 그 나무는 ‘서행 스님의 벚꽃(西行櫻, 사이교자쿠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서행 스님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꽃’이라고 하면 매화를 말했으나 그의 작품 이후 ‘꽃’은 벚꽃을 가리키게 되었다. 이후 ‘하나미(花見, 꽃구경)’는 앞 글자를 생략해도 당연히 벚꽃놀이를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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