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갈구하고 지향할 만한 솔깃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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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갈구하고 지향할 만한 솔깃한 매력
  • 관리자
  • 승인 2010.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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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 숫자 '1'

이런 장황한 취지의 원고 청탁을 받았다. 아닌 게 아니라 생각을 거듭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주제와 소재가 나와 있으니, 빨간 글씨의 답이 버젓이 옆에 적혀 있는 수학 문제집을 푸는 것과도 같은 기분이랄까. 문제가 어렵진 않은데, 눈길 한 번만 주면 바로 옆에 답이 보이는데, 그래도 풀어보긴 해야 할 텐데…. 적잖은 고민이 잠깐 동안 수백 번 오락가락이다.

1월은 영어로 제뉴어리(January)다. 근원은 야누스(Janus)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문(門)의 수호신이 야누스고, 그는 두 개의 얼굴이 앞뒤를 향해 붙어 있다. 하늘의 문지기 신 야누스가 한 해를 열었다는데, 그 문이 열리는 데서 모든 사물이 출발했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숫자 0을 제외한다면, 시작의 의미로서의 1부터 떠올리게 된다. 여기에 야누스의 앞뒤 얼굴이 오버랩된다. 결국 뒤도 되뇔 수 있고 앞도 벼를 수 있는 ‘시작으로서의 1’로 글의 방향이 수렴된다. 재미없게도, ‘그러니까 1은 지난 과거도 돌이켜보고 다가올 미래도 설계하게 하는 매우 가치 원천적인 숫자가 아닐까 싶다’는 식의 빤한 전개가 아무렇지 않게 자리 잡는다. ‘이건 아니지’ 하는 마음의 소리가 먼저 도리질이다.

서양력 1월 1일에 뜨는 첫 해를 맞이하기 위해 매년 정동진으로 모여드는 인파 사진을 한 번쯤은 본 일이 있을 테다. 이에 관해 어떤 뉴스가 어떻게 전파를 탔는지 역시 안 봐도 비디오고 안 들어도 오디오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이 이어지듯, 작년과 대동소이한 새해 맞이하기가 이미 수십 년 세월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12월 31과 1월 1일의 차이는, 무슨 양질전환의 법칙이라도 증명하려는 듯 사람들 각자에게 비약적 의미로 다가온다. 작심삼일일지언정 담배를 끊도록 강권하고, 공부로의 매진을 다짐하게 만들며,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십년대계쯤은 너끈히 수립하게끔 압박한다. (게다가 10년의 역사를 새로 쓴다는, 무려 2010년의 시작 아닌가!) 새해 첫 날부터 스트레스 과다 노출인 채로 한 해를 살아내야 할 판이다. 혼탁하고 미숙한 사회가 1월 1일을 기점으로 환골탈태할 것도 아니고, ‘88만원 세대’가 느닷없이 연봉 8,800만원의 직장을 구할 리도 만무하다. 세상은 이토록 지리멸렬하게 공전과 자전을 반복한다. 안타깝지만, 무미건조할지라도 이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게 생겼다. 여기서 하나의 각오라도 움튼다면 다행이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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