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마음에 의해 그렇게 보고 듣고 생각하고 알게 된 것일 뿐입니다. 나에게 펼쳐진 세상은 견문각지(見聞覺知)라는 분별을 통해 드러난 것으로, 세상 자체는 내가 본 것처럼 그렇게 있지 않습니다. 나에게 펼쳐진 세상은 내가 본 세상이지 세상 그 자체는 아닙니다.
그러나 인식이 일어나는 순간, 분별이 일어나는 순간, 그것이 그렇게 있다고 당연시 여깁니다. 즉 나에게 펼쳐진 것을 저 밖에 그렇게 실재한다고 봅니다. 이를 희론(戱論)이라고 합니다. 보통 희론을 ‘말장난’이라는 뜻으로 풀이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말이 아닙니다. 마음의 연기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용어 가운데 하나가 희론입니다. 우리 앞에 펼쳐진 것은 마음 밖에 실재하지 않는 것임에도 그것을 대상으로 세워 객관화하고 실체화하는 것을 희론이라고 합니다. ‘마음 밖에 수건이 있어 나는 수건을 본다’, ‘마음 밖에 찻잔 받침대가 있어 나는 찻잔 받침대를 본다’고 당연시 여기는 것을 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희론을 깨우치고자 연기법을 말씀하셨습니다. 용수보살은 『중론』에서 “인연을 말씀하시어 모든 희론을 사라지게 하셨네”라고 하며 부처님께 예를 올립니다. 즉 인연으로 일어난 것은, 그것에 그것이라고 할 자성(自性)이 없습니다. 그것이라고 할 자성이 없기 때문에 공(空)이라고 합니다. 유식에서는 유식무경(唯識無境)이라고 하여 오직 마음이고 대상은 없다고 합니다. 마음이 만든 것이고 마음을 떠나서 마음 밖에 따로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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